시작과 끝
하루가 저물어간다는건 참으로 오묘하다. 어제도 그랬고, 그제도 그랬고, 내가 살아있었던 8천 7백여일동안 매일 그래왔지만, 오늘도 또 하루가 저물었다. 아니, 어제. 그렇게 사람들은 매일 '끝'을 맞이하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고, 새로운 하루를 맞이함에 있어서도 그저 피곤한 another working day로 치부해버리곤 한다. 시작과 끝에 대한 그 어떤 감사함이나 두려움도 없이 말이다. 시작은 쉬웠다. 아니 미치도록 힘들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았다면 오히려 별로 힘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아예 뛰어들지 않았을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 것도 몰랐던 나는 순진하게 뛰어들었고 그런 시작은 나를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저 마네킹은 우아한 자세로 나를 바라보고 있지만 (혹은 그렇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