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슈(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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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큐슈 여행기 - 13 : 나가사키의 밤. 귀국.
재즈 음악에 취한 채로 글로버 가든을 나와 다시 언덕길을 내려왔다. 여행을 하면서 관광명소를 가고, 맛집을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사진을 찍고 그런 것들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잊지 못할 단 하나의 순간을 뇌리에 남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글로버 가든의 재즈는 나에게 그런 순간이었다. 오래된 성당이 있는 곳이다보니 성물가게 비슷한 곳이 있었다. 거기서 스태인드 글래스 그림의 향초를 샀다. 어머니와 친구에게 하나씩 선물했는데 잘 쓰고 있으려나... 그리고 다시 지도를 보면서 열심히 걸었다. 난 처음 간 도시에서는 지도를 보고 걸으면서 지리를 익히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네덜란드인의 거리'라는 저 동네는 2차대전 전후로 네덜란드인들이 모여 살았던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주변에 오래된 서양식 건..
2010.11.01 -
북큐슈 여행기 - 12 : 나가사키(3)
그렇다. 나는 나가사키라는 곳을 2009년 8월에 방문했던 것이다. 여행기를 마무리짓지 못하고 어물쩡 거리다가 결국 이렇게 2010년 하고도 10월이 되어버렸네. 바다 냄새 가득했던 나가사키가 어렴풋이 기억이 날 것도 같다. 이렇게 생긴 낡은 전철을 타고 도시 북쪽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남쪽으로 내려왔었다. 무슨 성당을 갔었던 것 같은데... 맞다. 이렇게 생긴 오래된 성당도 방문했었다. 토끼 모양의 특이한 벤치도 기억나고 저 계단에서 사진 한장 찍으려고 쭈뼛쭈뼛 버티고 있던 것도 기억난다. 날씨가 정말 많이 더웠었는데... (찾아보니 오우라 천주당인듯) 항구도시의 느낌을 아주 약간 느낄 수 있는 사진. 1년 전에 찍은 사진인데... 요즘 찍는 사진과 많이 다르네. 그리고 Glover Garden이라는 정..
2010.10.20 -
북큐슈 여행기 - 11 : 나가사키(2)
이제는 이 여행기를 완성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1년이 다 되어가는 사진들을 꺼내어 보니 신기하고, 내가 저기를 갔던가 싶기도 하다. 나가사키 시내를 다니는 전차가 3개 노선이 있는데 나가사키역에서 북쪽의 마츠야마마치(松山町)로 가려면 3호선을 타면 된다. 구마모토에 이어 두 번째로 타는 전차. 역시나 올드한 느낌이라 좋다. Google Maps 내부는 버스와 유사하며 구마모토의 전차와 거의 같은 구조였다. 서 있는 사람은 가운데보다 주로 양끝에 서는 편이고, 하차는 정차벨을 누르고 나서 전차가 완전히 멈춰 선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내린다. 차가 서기도 전에 먼저 일어나는 사람은 한국 사람 ㅋㅋ 내가 내렸던 역이 마츠야마마치역이었구나. 때로는 펜을 꺼내서 메모하는 것보다 셔터를 누르는 게 더..
2010.07.14 -
북큐슈 여행기 - 10 : 나가사키
여행 나흘째 아침이 밝았다. 3일간 너무 열심히 돌아다녔다는 핑계로 조금 느지막히 일어났더니 벌써 해가 중천이다. 나보다 일정이 하루 짧은 친구는 이날 배를 타고 부산으로 돌아가기로 되어 있었고, 나는 나가사키를 다녀오는 일정을 계획했다. (원래는 나가사키에서 1박을 할 계획이었지만 무슨 일인지 모든 숙소가 예약불가였다.) 모처럼 늦잠도 자고 여유로운 아침을 보내고 나서, 이제는 내 집같이 편안한 하카타역으로 나갔다. 철도 승무원이나 역무원처럼 보이는 아저씨가 가방을 메고 역에서 나오는걸 보니 퇴근하시는 듯. 우리보다 일찍 고령화 사회가 된 일본은 어딜 가나 서비스업에 종사하시는 친절한 노인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일단 하카타역을 지나 요도바시 카메라를 들렀다. 사진과 동영상으로 추가메모리까지 다 써버..
2010.06.20 -
북큐슈 여행기 - 9 : 벳부
유후인에서 오이타를 거쳐 벳부로 왔다. 가져온 여행책과 안내소, 버스정류장을 참고하여 8개의 지옥을 순례할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피곤한 몸을 녹여줄 온천을 기대하면서 일단 배부터 채우기로 했다. 교통편을 확인하고 다시 역사로 들어와 간단하게 저녁을 먹었다. 배가 많이 고파서 카레돈까스를 주문했더니 정말 카레와 돈까스와 밥만 나왔다. 하지만 오랜만에 먹는 일본식 카레라 맛이 좋았기 때문에 용서해 주었다. 드디어 첫번째 우미지고쿠(海地獄)에 도착했...는데 사람이 없고, 문이 닫혀있다? 그렇다. 벳부의 지옥순례 코스는 오후 5시까지만 관람이 가능한 것이었다. 책에서 그렇게 읽고서는 벳부->유후인 코스로 일정을 정했다가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열차편을 알아보면서 유후인->벳부 코스의 시간대가 더 편해서 바꾸..
2010.05.17 -
북큐슈 여행기 - 8 : 유후인(2)
유후인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유후인 오르골의 숲(오르고루노모리)이라는 가게는 온갖 오르골들을 모아 놓은 가게다. 사실 오르골에 그리 취미가 있거나 한 건 아니어서 구입하진 않았지만 맑은 소리들을 듣고 있으니 마음이 안정이 되는 것 같았다. 동행했던 친구는 평소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오르골 소리를 좋아한다고 하나 구입했는데, 정작 고른 곡은 Rock(GReeeen - キセキ 맞나?)이었다; 많은 가게들을 지나 깊숙히 들어가면 킨린코(金鱗湖)라는 작지 않은 호수가 있다. 입구 간판이나 안내문은 허름하지만 경치만큼은 정말 예쁘다. 사실 이 호수도 약간 여성 취향(?)이긴 하지. 아무튼 물이 매우 맑아서 뒷 배경의 산과 나무들이 호수에 비친 모습이 마치 밥아저씨가 "참 쉽죠~" 하면서 그린 그..
2010.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