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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여행 : 웨스트민스터 사원, 빅벤, 세인트 제임스 파크

'여행 첫 날의 아침'이라고 거창하게 글 제목을 써놓고 보니 참 가슴 설레는 단어들의 조합인 것 같다. '여행', '첫 날', '아침'. 새로운 경험에 대한 기대감의 수치를 그래프로 그려본다면 아마 가장 높은 시간대가 바로 이 순간이 아닐까. 창 밖에서 들리는 낯선 언어의 대화소리에 잠을 깨고, 낯선 잠자리에서 일어나 이국적인 식단의 식사를 하고, 낯선 도시의 지도를 손에 들고, 지갑에는 낯선 화폐를 넣고. 그렇게 가방 구석구석 익숙치 않은 무언가들을 잔뜩 넣고서 숙소를 나설 때의 그 짜릿함이란... 겪어본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그 맛을 잊지 못해 결국 또 다음 여행을 계획하게 되는 것 같다. 전날 숙소에 늦게 도착해 새벽에 잠든 것 치고는 꽤 일찍 일어났다. 식당에선 사진으로 익히 보아왔던 푸짐한 ..

여행 2012.01.26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 (第36個故事, Taipei Exchanges)

지인들에게 최근에 트랜스포머나 해리포터를 보았냐고 물어본다면 거의 대부분 그렇다고 대답할 것 같다(물론 본인도 보았다). 그만큼 요즘의 영화란 대형제작사가 만들고 대형배급사가 수입한 영화를 대형상영관에서 대다수의 사람이 관람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명동에 있던 중앙시네마는 어느새 문을 닫았고, 인디 영화를 관람하는 것은 특이한 취향이 되어버렸다. 사실 내 기준으로는 이런 영화는 '인디'도 아니다. -- 어느 평범한 두 자매의 이야기. 언니 두얼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디자인을 전공했고 회사를 다니다가 제빵기술을 익히고선 오랜 꿈이었던 카페를 차린다. 동생 창얼은 어딘가 모르게 삐딱하고 제멋대로지만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언니의 카페에 자신의 색깔을 조금씩 입히면서 물물교환을 하는 카페로 만든다. 그러다 어느날..

리뷰/영화 2011.07.24

영국 런던여행 : 입국심사, 심야버스, 세인트 어민스 호텔

이 사진은 언제 어디서 찍은걸까? 좀 길고 지루하더라도 도착 첫 날 고생한 사연을 일단 얘기하고 싶다. 그래야 속이 시원할 것 같다. 결국 한 시간 늦게 밤 10시쯤 도착한 런던. 난 왜 런던 지하철은 밤새 다닐거라고 생각한걸까 자책하는 마음과, 입국심사가 까다롭다던데 오래 걸리면 노숙이라도 해야하나 걱정하는 마음이 뒤섞여 있었다. 나보다 앞에 있던 중국인 가족은 영어를 못하는지 매우 오랫동안 심사를 받아서 더 긴장하고 있었는데 나에겐 고작 묻는다는 게 어디를 관광할거냐였다. 도착하던 그 순간까지도 거의 무계획 상태였기 때문에 급히 생각나는 웨스트민스터를 얘기했더니 5일동안 그거 밖에 안볼거냐고 웃으며 되묻는다. 런던아이도 보고 축구도 볼거라고 했더니 좋은 여행 하라고 얘기해준다. 휴. 그때 긴장이 풀리..

여행 2011.02.16

나의 첫 유럽. 그 긴 여정의 시작.

알랭 드 보통의 이란 책을 처음 만났을 때, 꼭 이 사진처럼 생긴 표지를 보고 갑자기 가슴이 막 두근거렸던 기억이 있다. 여행을 떠나는 날의 아침은 많이 바쁘고 정신이 없지만, 그 '설렘'은 가치를 매길 수 없을만큼 소중하다. 출국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에 올라 여정을 설명하는 기장님의 목소리를 들을 때, 승무원에게 짧은 영어로 부탁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창 밖으로 구름을 내려다 볼 때, 지금 내가 일상을 벗어나 어디론가 떠나고 있음을 실감하곤 한다. 작년, 그리고 재작년 일본을 두 번 다녀오긴 했지만 유럽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언어가 다르고, 인종이 다르고, 모든 문화가 다른 낯선 곳을 아무 동행도, 가이드도, 겁도 없이 혼자 열흘이나 돌아다녔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대신 그만큼 잊지 못할 경..

여행 2010.12.20

북큐슈 여행기 - 13 : 나가사키의 밤. 귀국.

재즈 음악에 취한 채로 글로버 가든을 나와 다시 언덕길을 내려왔다. 여행을 하면서 관광명소를 가고, 맛집을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사진을 찍고 그런 것들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잊지 못할 단 하나의 순간을 뇌리에 남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글로버 가든의 재즈는 나에게 그런 순간이었다. 오래된 성당이 있는 곳이다보니 성물가게 비슷한 곳이 있었다. 거기서 스태인드 글래스 그림의 향초를 샀다. 어머니와 친구에게 하나씩 선물했는데 잘 쓰고 있으려나... 그리고 다시 지도를 보면서 열심히 걸었다. 난 처음 간 도시에서는 지도를 보고 걸으면서 지리를 익히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네덜란드인의 거리'라는 저 동네는 2차대전 전후로 네덜란드인들이 모여 살았던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주변에 오래된 서양식 건..

여행 2010.11.01

Letters to Juliet

이탈리아 베로나, 시에나로 여행 가고 싶게 만드는 영화. 정말 영화같은 영화. '사랑에 있어 늦었다는 말은 없다'라는 얘기는 동감하는데, 현재의 사랑이 아무 것도 아닌 양 묘사한 것은 조금 불편했다. 진정 사랑하는 사람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에 대한 예의도 중요한게 아닐까. 상대의 마음을 떠 보기 위해 '헤어지자'라고 하는 것을 내가 싫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도 일단 영화는 참 예쁘다. 여배우도, 배경도, 소재도, 이야기도 모두 예쁘다. 극장을 나올 때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영화를 보고 나면 그 혹은 그녀에게 용기내어 전화할 수 있을지도. 별 3개 반.

리뷰/영화 2010.10.31

북큐슈 여행기 - 12 : 나가사키(3)

그렇다. 나는 나가사키라는 곳을 2009년 8월에 방문했던 것이다. 여행기를 마무리짓지 못하고 어물쩡 거리다가 결국 이렇게 2010년 하고도 10월이 되어버렸네. 바다 냄새 가득했던 나가사키가 어렴풋이 기억이 날 것도 같다. 이렇게 생긴 낡은 전철을 타고 도시 북쪽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남쪽으로 내려왔었다. 무슨 성당을 갔었던 것 같은데... 맞다. 이렇게 생긴 오래된 성당도 방문했었다. 토끼 모양의 특이한 벤치도 기억나고 저 계단에서 사진 한장 찍으려고 쭈뼛쭈뼛 버티고 있던 것도 기억난다. 날씨가 정말 많이 더웠었는데... (찾아보니 오우라 천주당인듯) 항구도시의 느낌을 아주 약간 느낄 수 있는 사진. 1년 전에 찍은 사진인데... 요즘 찍는 사진과 많이 다르네. 그리고 Glover Garden이라는 정..

여행 2010.10.20

시라노; 연애조작단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바람 불고 마음이 쓸쓸해지는 이런 계절에 딱 어울리는 달콤쌉쌀한 카페모카 같은 영화. 옛 연인을 생각나게 하지만 결코 우울하거나 애잔하지는 않고, 오히려 유쾌하고 희망적인 마음을 갖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아마 내가 주연배우들에게 개인적인 호감을 갖고 있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연애라는게... 조작한다고 꼭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솔직하다고 해서 망하는 것만도 아니지. 결론적으로는 '나도 올 겨울은 좀 따뜻하게 보내보자'라고 다짐하게 만드는 영화다. 별 4개.

리뷰/영화 2010.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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