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나홀로 도쿄 여행기 - 3 : 걸어서 신주쿠까지

zzun 2008. 10. 16.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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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지하철역은 대부분 여러 개의 출입구로 연결된 지하의 넓은 공간일 뿐이지만
일본의 전철역은 '역사(驛舍)'라고 부를 수 있는 건물이 있는 경우가 많다.
신오쿠보역도 꽤 오래된 듯한 건물과 2층 높이의 플랫폼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여행객의 눈에는 신기하고 분위기 있게 느껴졌지만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조금은 낡고 지루해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렌즈에 예쁘게 들어와 준 푸른 하늘이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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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오쿠보 부근은 유명한 한인촌으로 2차 대전 이후에 형성되었다고 한다.
사실 나의 좁은 식견(혹은 편견)에 의하면
일본에 사는 한국인들은 대체로 '일본인으로서' 살아가고자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들처럼 말하고, 그들처럼 행동하고, 그들처럼 생각하고...
누가 물어보지 않는 이상 그냥 일본인으로 취급받고 싶어 하는 그런 느낌이 있다.
여행객은 예외고.

처음엔 한글로 된 간판이 신기해서 두리번거리다가
내 옆을 지나가면서 한국어로 대화하는 사람들 때문에 흠칫흠칫 놀라기도 했다.
그러다 이내 적응이 되면서.. '신오쿠보에서 한국인 찾기' 놀이를 했는데
'명동에서 일본인 찾기' 만큼이나 쉬웠다. -_-;
한국인 여행객이 어찌나 많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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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는 내 사진을 올려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머리 크게 나온 셀카 하나 올린다. -_-;

방향을 헷갈려서 동쪽으로 걷다가
지도를 보고 다시 돌아와 남쪽(신주쿠 방면)으로 내려갔는데
가는 길에 좁은 골목의 주택가를 지나면서 찍은 사진이다.
가게 간판은 물론이고 쓰레기 분리수거 안내판까지 한글이 써 있는 게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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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왔다!!! 신주쿠!!!
사실 신주쿠라는 곳이 크게 의미가 있는 곳은 아니지만
그냥 처음 보는 일본의 번화가니까...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기 바빴다.)

기내식 이후로 아무 것도 못먹었더니 너무 배가 고팠다.
무언가 먹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윙버스 지도에서 맛집을 찾았는데
강추 우동집이 눈에 띄었다.
십 여분 걷다보니 신주쿠 지리도 익숙해지고
우동집도 금새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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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이름은 '三国一(산고쿠이치)'
당시에는 뜻을 몰랐지만 돌아와서 검색해보니 '천하제일'이라는 뜻이었다.

가게 점원과 일본에서 일본인과의 첫 대화를 가졌는데 엄청나게 긴장했었다.
혼자냐고 묻는 질문도, 5층까지 자리가 있다는 얘기도 못 알아들었다.
딱히 먹고 싶은 메뉴가 눈에 들어오지 않아 추천해달라고 얘기하고 싶었는데
왜 그렇게 입이 안떨어지던지...
점원은 내가 주문하려는 줄 알고 내 옆에 한참이나 서 있다가
'정하시면 다시 불러주세요' 하고선 가버렸다;;
결국 주문할 때는 '코레, 오네가이시마스(이거 주세요)' 한 마디 했고
음식이 왔을 때는 '아리가이시마스(아리가또+오네가이시마스)'라고 말해버렸다.. ㅋㅋ

어쨌든 돈카츠미소우돈(돈까스된장우동)은 꽤 맛있었고 양도 많았다.
가격은 900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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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나오니 신주쿠는 이미 밤이다.
가부키쵸를 지나 유명한 빅꾸카메라(Bic Camera)를 비롯해서 사쿠라야, 스튜디오 알타, 빔스를 둘러봤는데
아직 적응이 안돼서 그런지 살만한 물건은 별로 없었다.

길을 건너 '야키토리 요코쵸'로 갔다.
좁은 가게에 넥타이부대 아저씨들이 주인장을 바라보며 둘러 앉아 맥주와 간단한 음식을 먹는
일본 드라마를 보다 보면 자주 나오는 선술집들이 늘어선 골목이었다.
잠깐 앉아볼까 하고 생각하다가 금새 접었다.
여행 첫 날이라 긴장도 덜 풀렸고.. 마음 편히 이야기를 나눌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
대신 다음에 도쿄를 들렀을 때는 꼭 다시 들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나서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표 중의 하나인 '도쿄 야경'을 감상하기 위해
도쿄도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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