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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 지음 / 신유희 옮김 / 소담출판사 펴냄
몇 년 전 - 그러니까 나도 나름대로 어리다고 생각했을 때 - 친구들과 각자의 여성관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하늘하늘 가녀린 청순녀가 좋다고 하는 친구도 있었고, 올록볼록 엠보싱 섹시녀가 좋다고 하는 친구도 있었고, 키 작고 마르고 귀엽고 톡톡 튀는 여자가 좋다고
<도쿄 타워>는 전형적인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이다. 바로 옆에 앉아서 조근조근 속삭이듯 가볍게, 그리고 애잔하게 전하는 사랑이야기.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차분해지고 쓸쓸해진다. 많은 작품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이런 그녀의 문체가 마음에 든다. 언뜻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는 스무 살 남자와 마흔 살 여자의 연애담을 이렇듯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그녀의 역량 덕분에 연상연하 커플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마흔 살 여인의 매력이라.
아직도 나는 당최 그 중년의 매력이란 걸 잘 모르겠다. 그들의 사랑을 이해할 수 있게는 되었지만 공감하지는 못하겠다. 너무 어렵다. 성숙한 여인의 매력을 모르겠다는 나에게 '아직 어리구나'라고 놀려대던 친구 녀석은 그 때 스물 두 살이었다. 남녀 불문하고 아줌마, 아저씨 보다는 아가씨, 총각을 더 선호하는게 당연한 거 아닌가? 시간이 되면 그 친구 녀석과 진지하게 얘기해 보고픈 심정이다.
책을 읽으면서 또 하나 절실히 느낀 것이 있는데 바로 일본, 동경(東京)에 대한 동경(憧憬)이다. '도쿄에서 살아간다는 것'이란 어떤 것일까, 막연했었는데, 조금은 분명해졌다. 그리고 가고 싶어졌다. 그 곳, 도쿄에서 나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이없을지 몰라도 복학하기 전에 다녀와야겠다고 바로 마음먹어버렸다. 일단은 일주일 계획이지만 거기서 돈을 벌 수 있다면 한 두 달도 괜찮다. 지금 읽고 있는 <청춘표류>의 영향도 조금 있다.
도쿄 타워는 에펠탑을 모방하여 60년대에 세워진 것이라고 한다. 서울 사람들이 남산 타워(서울 타워로 개명)를 보면서 얼마나 낭만을 느낄지는 모르겠지만, 도시적인 것에는 도시적인 낭만이 배어 있다고 나는 믿는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서울이든 도쿄든 혹은 파리든, 화려한 도시의 불빛 속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사랑이 스며있다고 나는 믿는다. 하루 하루 일상에 쫓겨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무표정도 결국 가슴 시린 외로움을 감추기 위한 것임을, 그들의 숨겨진 미소가 서로간의 소통(疏通)을 위한 열쇠라는 것을, 나는 믿는다.
아직도 나는 나름대로 어리다, 미성숙했다, 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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