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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지 히토나리 지음 / 김훈아 옮김 / 소담출판사 펴냄
에세이(논픽션)라고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은데 이 책은 어디까지나 '소설가'가 주인공인 '소설'이다. 국내판으로 '츠지 히토나리의 편지'라고 제목 지어서 그런지 작가 본인의 이야기라고 믿는 경우가 많다[책의 원제는 '대필가(代筆家)'이다]. 현재 소설가인 주인공이 초보 작가이던 시절, 편지를 대필해주는 부업을 하면서 겪었던 다양한 사연들과 그 편지들이 주된 내용이다.
그의 말처럼 요즘은 편지를 받아보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가끔 기대감에 우편함을 들춰보면 각종 요금청구서만 쌓여있을 뿐이고, 대부분 그런 기대감조차 느끼지 못하는게 요즘 현대인들의 삶이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과 휴대전화가 존재하기에 편지라는 느려터진 대화 수단은 잊혀질 수 밖에.
이 책의 12가지 작은 에피소드와 그 주인공들의 마음을 담은 - 소설가가 대필한 - 편지들을 읽으면서, 그들의 진심이 내 가슴에 잔잔한 물결처럼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깨끗한 편지지 위에 한 자 한 자 정성들여 쓰여졌을 그 편지들을 상상하니 더욱 가슴이 아렸다. 편지란게 이런 힘이 있구나, 그 어떤 수단보다 더 그 사람의 진심을 보여주는게 편지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TV와 영화를 비롯한 수많은 Visual Media가 판치는 세상에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따분한 글자들뿐인 책에 열광한다. 비록 인쇄된 활자이긴 해도 그 글자마다 작가의 정성이 들어있음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하물며 직접 손으로 쓰여진 편지는 어떠할까. 그것도 오직 나만을 위해 쓰여진. 세상에 단 하나뿐인. 진심어린 글.
누군가에게 소중한 선물이 될 편지 한 통 쓰고 싶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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