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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희 지음 / 샘터 펴냄
머리 속부터 발 끝까지 철저히 공대생인 내게 에세이(글쓰기)나 문학이라는 단어는 익숙하지 않을 뿐더러 소화하기도 힘들다. 가끔 느낌이 와서 펜을 들 때면 몇 줄 못 가서 다시 쓰기 일쑤고, 소위 말하는 '명작' 혹은 '필독'에 해당하는 문학책은 수면제로 딱이다.
이러한 나에게 '장영희의 문학 에세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이 책은 '문학'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만들었다. 그녀의 말처럼 당장 책방으로 달려가 읽어보고픈 욕구가 샘솟았고, 제목만 알고 있던 이 작품은 이런 내용이었구나, 이런 좋은 말들이 쓰여 있었구나 하고 깨닫게 해주었다.
솔직히 읽기 전에는 문학 교과서 같은 내용이 아닐까 걱정했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 다행이었다. 영문과 교수이자 암투병 중인 장애인의 시각으로 우리 현실 속의 삶과 조금은 낯선 문학 속 세상을 절묘하게 연결시켜 솔직 담백하게 서술하고 있었다. 주로 영문학을 예로 하여 연재한 신문 칼럼을 모아 펴낸 것임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 있는 주제 의식과 문학의 역할에 대한 작가 나름의 의미 부여는 나로 하여금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수개월 째 사용하던 책갈피에 이 책의 광고가 프린팅되어 있었고, 며칠전 부대로부터 보급받은 도서 수 십권 중 이 책이 내 손에 들어왔다는 사실은 어떤 운명적인 무언가를 느끼게 만든다. 아마도 문학을 더 가까이 하고 살라는 의미의 우연이 아닐까 싶다.
푸르른 잎의 싱그러운 향기가 가득한,
그 숲의 입구에 내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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