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책

부모님 살아 계실 때 꼭 해드려야 할 45가지

zzun 2005. 12. 1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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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원 엮음 / 나무생각 펴냄



지난 여름 면회오신 어머니로부터 받았던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라는 책을 읽으면서, 49가지 중에 부모님과 관련된 몇 가지 이야기에서 가슴 찡함을 느꼈던 적이 있다. 그래서 서점에서 이 책의 표지를 봤을 때 주저없이 집어들었고 오늘에서야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게 되었다.

'고도원'이 직접 쓴, 혹은 보거나 들은 마흔 다섯가지의 작은 이야기들을 통해 부모님에 대한 마흔 다섯가지의 작은 '의무'들을 얘기하고 있지만, 결국은 孝라는 큰 '의무'의 존재를 나 같은 불효자식들에게 상기시키는 일종의 철퇴와 같은 책이다.

페이지를 넘길 때 마다 그 철퇴의 무게는 점점 더해져서, 감상을 적고 있는 지금까지도 가슴의 울림이 멈추지 않는 느낌이다. 지금도 허리굽혀 일하고 계실 부모님의 모습이 자꾸만 글자들 사이로 겹쳐보이고, 지난주에 통화했던 부모님의 목소리가 귓가에 환청처럼 맴도는 것이... 그리 좋은 기분만은 아니다.

평소 들고 다니는 스케쥴러에 보통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으로 해야할 것들을 적어놓곤 하는데 45가지의 항목 중 몇 가지를 잘 보이는 곳에 옮겨적어 놓았다. 좋아하는 것 챙겨드리기, 부모님의 종교행사에 참가하기, 내가 축하받는 자리에 부모님 모시기, 못 이룬 꿈 이루어드리기, 학교나 회사 구경시켜드리기, 부모님의 젊은 시절 사진을 액자로 만들어드리기 등등. 책의 제목을 다시 떠올려보면, 이렇게 요목조목 적어놓고 잘해드려야겠노라고 마음먹을 수 있는 기회가 아직 있다는 것 조차도 감사하고 또 감사해야 할 일이다.

아직은 생각뿐이지만 나중에 나만의 서가를 갖게 된다면, 잘 보이는 곳에 꽂아두고서 잊을만하면 한 번씩 꺼내보면서 지금의 이 가슴떨림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다.

2005년 12월 6일 저녁.
지갑 속 가족 사진을 바라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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