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 좋은 떡 - 이효리의 ‘Stylish’

2003. 8. 29. 19:21스크랩북/연예인



보기만 좋은 떡 - 이효리의 ‘Stylish’  

고백하건대 본인은 이효리의 팬이 아니다. 더불어 핑클의 팬도 아니다. 그렇다고 안티는 더더욱 아니다. 핑클이 공중 분해되었을 때에도 오히려 그것이 잘 되었다고 생각했던 치들 중 하나였다. 이효리는 핑클에서 가장 돋보이는 멤버가 아니었던가. 그녀의 상품가치는 충분했다. 그래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고 빈 수레가 요란하고 어쩌고저쩌고해도 그동안 이효리를 둘러싼 말, 말, 말들은 본인의 기대심리를 부추기는데도 (심하게) 작용하고 말았던 것이다.

10분만에 끝낸다?
  그렇다. 이번 앨범은 이효리의 ‘올 인’이다. 조규만, 김도현, 윤일상, 이현도 등 국내에서 내노라하는 음악인이 한 두릅의 굴비처럼 그녀 앞에 꿰어졌고 브리트니 스피어즈와 마돈나, 어셔 등의 안무를 담당했던 말린 오티스가 그 무시무시한 허리 웨이브를 사사(?)하기까지 했다. 작곡에 참여한 인물들의 면면을 확인하면 알 수 있을 테지만 이번 앨범은 그녀보다 먼저 솔로 앨범을 발표했던 옥주현과 확연히 대비되는 - 이효리가 직접 작곡한 앨범의 첫 곡 ‘Prologue’ 가사에 의하면 Groove하고 Bounce한 음악 - 성격을 지니고 있다. 넷이 함께 짊어졌던 짐을 혼자 지고 가야 하는 이효리는 그동안 자신이 쌓아왔던 이미지를 어떤 식으로 표출하는 것이 효과적인가를 잘 알고 있었으며 그 부분에선 성공한 듯 보인다. 그러나 정작 음악은 그 멋지고 쿨한 이미지(솔직히 말하면 앨범 내지도 그리 맘에 들지 않는다)와는 거리가 멀다. 타이틀곡인 ‘10 Minutes’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하는데 이것은 가장 기본적인 부분의 충실함을 간과해 버린 결과라 할 수 있겠다. 보컬리스트로 기능하기엔 이효리의 목소리가 너무 ‘쌩’이다. 게다가 그녀가 그토록 열망하는 Groove하고 Bounce한 음악에 실리는 보컬이라면 더더욱 오랜 조탁의 시간을 거쳐야 하는 것이거늘, 대체 뭐가 그리 급했던가.  

10분 가지곤 턱도 없다
   ‘One Two Three N’ Four’에 이어지는 ‘바보처럼’, 그리고 타이틀곡인 ‘10 Minutes’에 이르는 초반부는 트랙의 안배에도 실패하고 말았다는 인상을 팍팍 풍기고 있다.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풀어내려 하니 앨범의 성격 자체가 모호해진 것이다. 이효리가 작사, 작곡했다는 앨범의 첫 곡 ‘Prologue’에서의 힘을 뺀 보컬은 그런 대로 괜찮았지만 ‘One Two Three N’ Four’와 ‘바보처럼’은 정말이지 고개가 절로 가로 저어진다. 특히 ‘바보처럼’의 경우는 ‘얼음’과 더불어 앨범에 실린 것 자체에 의문을 가지게끔 만들고 있다. 그 애절한 가사와 따로 놀고 있는 이효리의 보컬은 그녀의 출중한 외모에 비교되며 더욱 씁쓸해지는 것이다. 확실히 힘이 들어가면 어쩔 수 없이 공중으로 뜨고 마는 그녀의 보컬은 아직 이런 큰판을 벌이기엔 다소 모자란 듯 싶다. 그러나 초반부의 부진을 만회하기라도 하듯 ‘이브, 낙원에 잠들다’와 같은 괜찮은 곡들을 중반부로 가며 슬슬 꺼내고 있는데, 이미 ‘10분’만에 엎어버린 게임을 어찌 돌이킬 수가 있겠는가… 이현도가 작사, 작곡, 편곡을 도맡은 ‘Do Me’와 이어지는 ‘Hey Girl’은 이번 앨범의 백미라 할 트랙으로 첫판에 이 카드로 게임을 풀어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상큼하고 발랄한 그녀의 이미지와 가장 잘 어울리는 ‘Only One’도 역시 이효리의 보컬과 잘 맞아 들어가는 달콤하고 매력적인 곡이다. 도대체 왜 이런 곡들을 초반에 배치하지 않았단 말이냐.

10년이 걸려도…
  이번 앨범은 이효리가 누구누구를 벤치마킹했다는 오명을 깔끔하게 벗어내기엔 아무래도
무리가 있으리라 여겨진다. 물론 이효리가 Groove하고 Bounce한 음악을 하고 싶어한다는 것은 이번 앨범으로 증명되었고, 몇몇 곡은 앞으로 발표할 앨범에 대한 일말의 기대(와 불안이 동시에 공존하긴 해도)를 가질 수 있게 할만한 트랙이었다. 다만 다음 앨범은 좀 더 시간을 두고 더 많은 노력이 수반된 뒤에 발표되어야 하겠다. 눈이 휘둥그레지는 멋진 몸매와 좌중을 휘어잡는 도발적인 무대 매너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그녀가 정작 욕심을 내야 할 부분은 그게 아니다.






배미현(리브로 뮤직)



2003-08-29 16:33:00 [자료제공 : 리브로 웹진 부커스]
  • 프로필사진
    zzun2003.08.29 19:25

    가요계의 불황을 증명하는게 아닌가 싶다.맛이 좋은 떡을 아무리 내놓아도 맛만 보고 사지를 않으니 보기만 좋은 떡이라도 만들어서 팔아야 할게 아닌가

  • 프로필사진
    zzun2003.08.29 19:26

    비쥬얼도 가수의 능력 중의 하나로 보는 요즘인데, 그 비쥬얼로만 승부한다고 해서 마냥 비난만 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