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의 이란 책을 처음 만났을 때, 꼭 이 사진처럼 생긴 표지를 보고 갑자기 가슴이 막 두근거렸던 기억이 있다. 여행을 떠나는 날의 아침은 많이 바쁘고 정신이 없지만, 그 '설렘'은 가치를 매길 수 없을만큼 소중하다. 출국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에 올라 여정을 설명하는 기장님의 목소리를 들을 때, 승무원에게 짧은 영어로 부탁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창 밖으로 구름을 내려다 볼 때, 지금 내가 일상을 벗어나 어디론가 떠나고 있음을 실감하곤 한다. 작년, 그리고 재작년 일본을 두 번 다녀오긴 했지만 유럽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언어가 다르고, 인종이 다르고, 모든 문화가 다른 낯선 곳을 아무 동행도, 가이드도, 겁도 없이 혼자 열흘이나 돌아다녔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대신 그만큼 잊지 못할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