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를 하고 거울을 보며 로션을 바르다 문득 손이 멈춘다. 매일 바라보는 내 얼굴이 오늘따라 낯설게 느껴진다. 생각해보면 거울을 보는 나의 시선은 늘 나의 뺨이나 수염난 턱, 부쩍 자란 머리카락만 향했었지 나의 눈을 제대로 들여다 본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가만히 앉아 한참이나 내 눈을 바라보았다. 사람이 나이가 들 수록 눈빛이 깊고 그윽해진다고 하는데, 내 눈빛도 어느새 한 가지 색이 아님을 깨닫고 나니 만감이 교차한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삼십 여 년을 아둥바둥 살아온 것일까? 삶의 시작은 나의 의지가 아니었지만 삶의 끝은 본인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말이 있다. 비록 누군가에 의해 주어진 삶이지만 그 속에서 모두들 각자의 의미를 찾아 삶을 꾸려나가게 마련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암묵적으로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