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이 춥다. 그지? 매년 맞는 11월이고 매년 맞는 겨울이지만 올해 11월, 겨울은 조금 다르게 느껴질거야. 나도 그랬으니까. 작은 바람만 불어도 뼈 속까지 시리던 시절이었지만 늦은 밤 학교 운동장에서 올려다 본 하늘은 그 어느때보다도 더 따뜻한 느낌의 별들을 품고 있었지.
옆에 있어주지 못해서 전화라도 할까 했었는데 공연히 부담만 줄 것 같아 관두고 대신 이렇게 편지를 쓰기로 마음먹었어. 물론 이 편지도 보내지는 않을테니까 편지라기보다는 기도에 가깝네. 이 바보같은 사촌오빠가 수능이 오늘인줄 알았는데 내일이라고 하더라고. 덕분에 이 응원의 편지도 늦지 않게 돼서 다행이지 뭐.
인생의 첫번째 언덕 위에 서 있는 기분이 어때? 지금까지 힘들게 올라왔던 길을 돌아보기도 하고, 앞으로 내려갈 길, 올라갈 다른 고개를 바라보기도 할거라고 생각해. 아니면 갈피를 못잡고 그저 파란 하늘만 쳐다보고 있을 수도 있고. 어디를 보든 좋아. 모든걸 포기한듯이 눈을 감고 있지만 않다면 괜찮은거야. 지금은 그저 차분히 심호흡 한 번 하며서 쉬어가면 돼. 어느 누구도 너를 저 아래로 떠밀지 않으니까 걱정마.
그저 묵묵히 기도해줄게. 잘하라는 말, 긴장하지 말라는 말, 믿는다는 말, 후회하지 말라는 말 등등 많은 얘기를 들었을텐데, 난 그저 기도하며 지켜봐줄게. 대신 네가 힘들 땐 의지가 되어 주고 싶다. 매번 우리 형제끼리만 어울려서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어. 이제 너도 곧 성인이니까 술도 한 잔 할 수 있고!
처음에 학교 운동장에서 바라보던 밤하늘 얘기했잖아. 그 때 나는 그 밤하늘을 바라보며서 마치 내 미래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 어디가 끝인지 모를만큼 길고 어둡고 막막하지만 그 속에 무수히 많은 별빛이 있는, 그런 미래. 매년 겨울이 되면 그 운동장에 서 있던 내가 미치도록 그리워. '너희도 분명히 이 지옥같은 고3 시절이 그리워질거다.'라고 말씀하시던 선생님도 그립고. 내 넋두리가 좀 길었지?
'어른이 된다는 건 너무 힘들다.' 솔직한 내 마음이야. 나도 아직 20대인걸. 그치만 내가 만약 지금의 너처럼 6년전으로 돌아간다면 가슴 속에 딱 3가지를 품고 살겠어. '꿈, 사랑, 책'. 멀리 있지만 뚜렷하게 보이는 꿈과, 가까이 있어도 아련하게 보이는 사랑, 그리고 그 모든 것이 가득 들어있는 수많은 책들을 항상 잊지 않고 지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의 네 견실한 노력에 찬사를,
그 노력의 결과를 보여줄 내일의 너에게 격려의 박수를,
별볓 가득한 네 미래의 하늘에 축복을 보낼게.
건강해.
2006. 11. 15.
사촌오빠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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