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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 야 췐 감독 / 계륜미, 임진희 주연 / 2010년 作
지인들에게 최근에 트랜스포머나 해리포터를 보았냐고 물어본다면 거의 대부분 그렇다고 대답할 것 같다(물론 본인도 보았다). 그만큼 요즘의 영화란 대형제작사가 만들고 대형배급사가 수입한 영화를 대형상영관에서 대다수의 사람이 관람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명동에 있던 중앙시네마는 어느새 문을 닫았고, 인디 영화를 관람하는 것은 특이한 취향이 되어버렸다. 사실 내 기준으로는 이런 영화는 '인디'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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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평범한 두 자매의 이야기.
언니 두얼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디자인을 전공했고 회사를 다니다가 제빵기술을 익히고선 오랜 꿈이었던 카페를 차린다. 동생 창얼은 어딘가 모르게 삐딱하고 제멋대로지만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언니의 카페에 자신의 색깔을 조금씩 입히면서 물물교환을 하는 카페로 만든다. 그러다 어느날 비누 35개를 들고 물물교환을 하고 싶다며 찾아온 남자. 세계 35개 도시의 35개 이야기를 매일 하나씩 들려주며 타이페이의 작은 카페를 지키고 있던 두얼의 마음에 자그마한 불을 지핀다. 그 이야기들을 하나씩 그림으로 그려나가며 두얼은 결국 그녀의 꿈이란 것이 대체 무엇이었나를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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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이런 심심한(?) 영화를 재미없어한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가 무섭게 자리를 뜨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화려한 액션도, 절절한 슬픔도, 격정적인 사랑도 없다. 클라이막스가 없는 노래는 한 번 들어도 잘 기억에 남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조금 오래 앉아있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음악을 들으며 눈을 감고 첫 장면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다시금 천천히 음미했다. 그리고 가슴에 잔잔한 파도가 이는 것을 느꼈다. 그 파도는 하루가 지난 오늘까지도 멈추지 않고 있다. 내가 조금은 이상한걸까?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내가 얻은 것이 몇 가지 있다.
1. 들을 때마다 영화의 감동을 상기시키는 멋진 음악.
2. 여행 가고 싶다라는 간절한 마음.
3. 좋은 영화를 더 자주 보고 싶다는 생각.
나도 이제 올해로 서른이 되었고, 도시 직장인의 삶이란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나의 세계'가 해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생각으로 숨 막힐 때, 1년에 한 번 모든 것을 잊고 훌쩍 아주 머언 곳으로 떠나면 정말 벅차오를만큼 행복감을 느낀다. 이 영화는 그 때의 행복감을 상기시켜주는 그런 영화다.
이야기 중간에 감독은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
- 당신 차가 꽃을 잔뜩 실은 트럭과 사고가 났을 때, 당신은 돈을 받을 것인가 아니면 꽃을 받을 것인가?
- 어린 나이에 몇 년 동안의 세계여행과 공부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다양한 사람들이 대답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물론 정답은 없지만 그 중에 자신과 같은 답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의 내 대답은 다음과 같다.
"돈이란 물건의 가치가 많고 적음을 가늠하는 척도인데, 돈을 받는다면 결국 그만큼의 가치만 받는 것이고 다시 그만큼의 가치를 가진 물건만 살 수 있다. 그러므로 나는 꽃을 받겠다. 그 꽃을 들고 두얼카페를 찾아가면 무언가 보물과 같은 것과 교환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하려면 타이페이를 가야하니까 내 선택은 공부보다는 세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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