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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준 감독 / 2006년 作
평소 독립영화를 볼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대형배급사가 판을 치는 요즘 같은 시대엔 더더욱 그렇다. 대부분의 극장, 대부분의 스크린에 같은 영화가 올라가는 이런 실정에서 역으로 독립 영화가 주목을 받는 건 생각해보면 꽤나 그럴싸한 일이다.
<우리 학교>는 단지 입소문만으로 유명해진 영화다. 각종 영화제에서 먼저 상영되고 일부 독립영화관에서 개봉하면서 네이버 평점을 비롯하여 각종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고, 그 후로 열풍까지는 아니더라도 감독의 목적이었다고 볼 수 있는 '이슈화'에 성공했다.
일본 조선학교 학생들의 다큐멘터리.
재일동포라고 하면 일제에 의해 고통받은 사람들과 그 후손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일본인과 딱히 확실한 구분은 없는 다소 애매한 사람들. 예전에 현재 일본에서 활동하는 연예인 및 스포츠 선수의 상당수가 한국계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일본인으로 태어나 일본인으로 살아간 사람들이기에 우리가 동포애를 느낄 이유는 없다.
하지만 조선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다르다. 그들은 일본인으로서 평범한 삶 보다는 자신의 뿌리를 찾고 한국말, 한국역사, 한국문화를 조금이나마 더 배우고 익혀서, 스스로가 어디로부터 났고 어디로 흘러가야 하는지를 깨달으려 노력하는 학생들이다. 그런 평범하지만 뜨거운 모습들을 작은 카메라에 담아보고자 했던게 감독의 의도가 아닐까? 사별한 부인이 기획한 작품을 그대로 이어 받아 기어코 완성한 김명준 감독에게 찬사를 보낸다.
90년대 이 후 우리 나라에서는 일본 정치인들로 인한 '반일감정'과 일본 연예인으로 인한 '일본 문화 열풍'의 상반된 흐름이 공존하면서 일본에 대해 상당히 복잡한 감정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평범한 시민들의 생활이나 일상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재일동포도 그저 한 집단을 일컫는 용어일 뿐 어떤 특별한 감정이나 감상을 불러 일으키는 단어는 아니다. 일명 전후세대라고 불리우는 요즘 사람들에게 '일본에 사는 한국 사람'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다는 것만으로도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후반부의 북한 방문 장면이다. 그 전까지는 하얀 눈밭과 순수한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눈을 뗄 수가 없었는데 갑자기 너무나 색깔있는(?) 영화가 되어버려서 많이 실망했다. 꼭 넣어야 하는 장면이었을까? 그런 관점은 잠시 접어둔 채 하얀 영화를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주제면에서 그런 언급이 꼭 필요하다는 건 이해하겠는데 역시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그 장면에서 거부감이 드는 내가 지나치게 보수적인 건가 싶기도 하고.
2007년 4월 7일 대구 동성아트홀에서 보았다. 운 좋게도 상영 후 김명준 감독과의 대화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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