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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티 첸 감독 / 장예가, 장효전, 양기 주연 / 2006년 作
아마 내가 태어나서 처음 본 대만 영화가 아닐까 싶다. 일부러 영화 정보를 보지 않고 시사회를 갔는데 그런 날은 이상하게 꼭 퀴어영화(동성애를 다룬 작품)인 경우가 많더라. 전에 블라인드 시사회에서 봤던 <썸머 스톰>이라는 독일 영화가 보는 내내 많이 생각났다.
어릴적 문제아였던 위샤우헝과 그에게 친구가 되어 준 캉정싱, 그리고 그들 사이의 여자 두후이지아. 세 명의 주인공이 만들어가는 풋풋한 스토리가 잔잔한 음악과 함께 아기자기하게 펼쳐지는 이 영화는 평소 감성적인 일본 영화를 좋아하던 내게 조금은 색다른 재미로 다가왔다.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주제를 갖고 있으면서도, 작은 에피소드들이 연결되면서 서서히 고조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참 부담없이, 거부감없이 감상할 수 있었다.
후이지아 덕분에 샤우헝에 대한 스스로의 감정을 깨닫게 된 정싱은 결국 그 여름 그 바닷가에서 모든 것을 고백하고야 만다. 과연 돌아오는 대답은 무엇일까. 후이지아와 정싱 둘 모두를 잃고 싶지 않다는 샤우헝의 울먹임은 가슴을 짠하게 만들었다. 그 둘이 진저리가 날 만도 한데 끝까지 둘의 감정을 존중해주는 후이지아의 눈물 역시 인상적이었다. 결국 나는 영화가 끝나고 나서 정싱, 샤우헝, 후이지아 각각의 시선으로 영화를 처음부터 다시 되짚어 보았다. 딱히 어떤 결론은 없었지만 여운을 강하게 남기는 결말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마지막 바닷가 장면에서는 여름이라는 계절의 매력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넌 내 가장 친한 친구잖아."
영원한 여름(盛夏光年) OST - You are my best friend
보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역시 음악이다. 음악이 뛰어난 영화는 보고 나서도 한참동안이나 여운이 남아 있는 특징이 있는데 이 영화도 그랬다. 집에 와서 OST를 듣고 또 들으면서 영화의 내용을 천천히 생각해보고 다시 느껴보고 하는 재미가 있었다. 덕분에 대만 영화를 새롭게 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약간 이와이 슌지 느낌이 난다)
그리고 세 주인공의 이름은 참 오묘한 뜻을 갖고 있다. '별'이라는 뜻의 샤우헝, 그 별 주위를 끊임없이 맴도는 '행성'이라는 뜻의 정싱, 그리고 그들 사이를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하는 '혜성'이라는 뜻의 후이지아. 영화 첫 부분에 여학생이 전학올 때 선생님은 이런 내용을 아이들에게 수업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본 sentimental movie에 별 4.5개를 주고 싶다.
2007년 7월 9일
명동CQ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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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여주인공 楊淇
분명히 최근에 저렇게 생긴 사람을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도저히 기억이 안난다.
의심되는 사람이 몇 명 있긴 하다만...
김아중 + 코니시 마나미 + 루시 리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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