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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2

은진이에게 (혹은 수험생에게)

요즘 많이 춥다. 그지? 매년 맞는 11월이고 매년 맞는 겨울이지만 올해 11월, 겨울은 조금 다르게 느껴질거야. 나도 그랬으니까. 작은 바람만 불어도 뼈 속까지 시리던 시절이었지만 늦은 밤 학교 운동장에서 올려다 본 하늘은 그 어느때보다도 더 따뜻한 느낌의 별들을 품고 있었지. 옆에 있어주지 못해서 전화라도 할까 했었는데 공연히 부담만 줄 것 같아 관두고 대신 이렇게 편지를 쓰기로 마음먹었어. 물론 이 편지도 보내지는 않을테니까 편지라기보다는 기도에 가깝네. 이 바보같은 사촌오빠가 수능이 오늘인줄 알았는데 내일이라고 하더라고. 덕분에 이 응원의 편지도 늦지 않게 돼서 다행이지 뭐. 인생의 첫번째 언덕 위에 서 있는 기분이 어때? 지금까지 힘들게 올라왔던 길을 돌아보기도 하고, 앞으로 내려갈 길, 올라갈..

일상 2006.11.15

츠지 히토나리의 편지

에세이(논픽션)라고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은데 이 책은 어디까지나 '소설가'가 주인공인 '소설'이다. 국내판으로 '츠지 히토나리의 편지'라고 제목 지어서 그런지 작가 본인의 이야기라고 믿는 경우가 많다[책의 원제는 '대필가(代筆家)'이다]. 현재 소설가인 주인공이 초보 작가이던 시절, 편지를 대필해주는 부업을 하면서 겪었던 다양한 사연들과 그 편지들이 주된 내용이다. 그의 말처럼 요즘은 편지를 받아보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가끔 기대감에 우편함을 들춰보면 각종 요금청구서만 쌓여있을 뿐이고, 대부분 그런 기대감조차 느끼지 못하는게 요즘 현대인들의 삶이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과 휴대전화가 존재하기에 편지라는 느려터진 대화 수단은 잊혀질 수 밖에. 이 책의 12가지 작은 에피소드와 그 주인공들의 마음..

리뷰/책 2006.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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