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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지음 / 김춘미 옮김 / 문학사상사 펴냄
읽은지 4개월 정도 된 것 같다. 그런데도 조금은 긴 2권 분량의 내용이 생생히 기억난다. 그만큼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던 작품. 사람들이 하루키를 좋아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도 같다. 개인적으론 <상실의 시대>에 이어서 두 번째 작품이었는데 전편 못지 않게 좋았다.
우선은 두 가지 이야기가 한 챕터씩 번갈아가며 진행되다가 결말에 다다라 하나로 이어지는 식의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고양이와 대화하는 할아버지 나카타와 열다섯 살의 소년 카프카. 그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재밌고 흥미로웠다.
주인공 다무라 카프카 곁에서 '까마귀 소년'이라는 이름으로 하루키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결국 15세 소년이 겪어야만 하는 과정에 대한 조언이 아닐까 싶다. 혹자는 주변 인물들을 통해 선과 악의 대립, 혹은 내면적 자아의 성장과정을 그린다고도 하는데 그야 해석하기 나름이고 따지고 보면 다 같은 얘기다. 처음 집을 나섰던 그 다무라 군과 집으로 돌아가는 다무라 군은 분명 다른 사람이라는걸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충분했다.
하루키 작품이 다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단순히 책을 읽으면서도 어떤 구체적인 시각적, 청각적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은 나만의 느낌은 아닐거다. 삽화 하나 없는 책이지만 그 도서관, 그 방, 그 그림, 그 숲의 이미지가 너무도 생생히 그려지고 그녀의 노래가 귓가에 들리는 듯한 느낌은 그저 내가 만들어낸 이미지라 할지라도 정말 놀라웠다. 나의 상상력이라기 보다는 하루키의 필력이라고 하는 편이 맞다.
읽고 나서 '프란츠 카프카'의 책을 한 권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결국 아직까지 읽지 못하고 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은데다가 읽고 싶은 책, 보고 싶은 영화, 하고 싶은 공부도 많으니 이 젊은 날의 시간이 어찌나 부족하기만 한지... 그런데 아직도 정신못차리고 게임이나 웹서핑 따위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나도 참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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