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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의 덫’에 여대생 통곡

zzun 2004. 4. 29.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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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의 덫’에 여대생 통곡

[경향신문 2004-04-28 19:31]
 
빚 4백만원을 갚지 못한 20대 여성에게 성매매를 통해 25배나 되는 돈을 받아낸 사채업자들이 붙잡혔다. 이들은 특히 생리억제제까지 복용시키며 생리기간 중에도 ‘영업’을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모씨(24·여)는 2002년 4월 친구와 함께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한 사채업소를 찾아가 4백만원을 빌렸다. 대학생이 된 뒤 씀씀이가 커지다보니 자신도 모르는 새 카드빚을 지게 됐기 때문.


하지만 학생 신분으로는 하루단위로 이자를 계산하는 사채를 갚을 방도가 없었다. 게다가 함께 돈을 빌린 친구가 연락을 끊고 사라진 뒤 보증을 섰던 박씨가 친구의 빚 3백만원까지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갚아야 할 돈도 8개월 만에 2천만원으로 불어났다.


이때부터 박씨는 사채업자로부터 끔찍한 폭행과 착취를 당해야했다. 빚독촉을 하던 사채업자 박모씨(35) 등은 2002년 12월 박씨를 사무실로 불러내 한 인터넷 미팅 사이트에 강제로 가입시켰다. 사이트를 통해 연락오는 남성들과 성매매해서 돈을 갚으라는 협박이 이어졌다. 박씨는 “그런 일은 절대로 할 수 없다”며 애원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사채업자들은 각목을 휘둘러대기도 하고 자신들의 몸에 새긴 문신 등을 박씨에게 내보이며 “돈을 갚지 못하면 가족들도 가만두지 않겠다”고 겁을 줬다.


박씨는 이후 1년2개월 동안 사채업자들의 사무실로 출근하다시피 하며 하루에도 수차례씩 성매매를 강요받았다. 가족 몰래 대학도 자퇴했다. 남성들과 관계를 맺고 받은 화대는 고스란히 사채업자들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사채업자들은 생리기간에도 성매매를 할 수 있도록 박씨에게 생리억제제까지 복용시켜가며 일을 시켰다. 이런 방법으로 사채업자들이 박씨로부터 뜯어낸 돈은 무려 1억여원.


견디다 못한 박씨는 지난 2월 사채업자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모든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가족들은 영문도 모른 채 가출인 신고까지 했다. 결국 경찰이 친구 집에 숨어있던 박씨를 찾아냈고 그를 통해 사채업자들의 범행도 낱낱이 드러나게 됐다.


박씨는 경찰에서 “일순간의 실수로 일생을 망치고 말았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경찰 관계자는 “일찍 신고만 했다면 이런 일을 당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김동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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