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살기는 힘들어...
번호:6095 글쓴이: 철두철민
조회:111 날짜:2004/02/27 02:21
.. 오늘 건강 검진이라는 것을 받았다.
예전에 아나운서 할때는 병원에서 X레이 찍는 차가 와서
단체로 우르르 몰려가서 받곤 했는데
'이건 감기도 못찾아내!!'라며 형식적인 건강검진에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내는 사람도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프리랜서'인지라
내 건강은 나 이외에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다.
요 며칠 슬슬 몸이 고장 나는듯 싶어서 담배도 끊고
이른바 고가의 '정밀건강검진'이라는것을 신청했다.
그 런 데...
내시경을 하려면 굶으란다...
어제부터 굶었다...
굶으면서 피파녹화할때 고래 고래 소리 질럿다...
어지러웠다...
하루전날 아침에 나오는 변도 받아오란다...그것도 '냉장보관'하란다...
장을 깨끗하게 비워야 한다며 웬 약을 먹으란다...
먹었다...
설사가 폭포수처럼 나온다...
내 평생 이런 설사는 처음 해본다...
계속 나온다...
밤새 나온다...
오늘 아침에 '두울코락스'라는 약을(이거 좌약이다...) 넣고
다시 장을 비워냈다...
탈진이다...
그리고 오늘 냉장보관하던 '변'과 함께 병원엘 갔다.
내 시 경...
이거 태어나서 처음 해 봤는데...
일단 '위내시경'은 입으로 집어 넣고
'장내시경'은 '입으로 먹은것들이 나오는곳'으로 집어 넣는다.
그것도 70쎈찌나 집어 넣는다...
그냥 넣는거 아니다... 마구 휘젓는다...
나는 울었다...
오랜만에 울었다...
그리고 또 굶으란다...
오늘 스타리그 진행했다...
짜식들...두판으로 끝내라니깐
네 녀석 모두 기어이 세판까지 간다...
밉다...
탈진이다...
오래살기 위한 건강 검진이라지만
이러다 오래 못살거 같다...
다시는 건강검진 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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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민 입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번호:6188 글쓴이: 철두철민
조회:3485 날짜:2004/03/05 20:01
.. 안녕하세요 철민동 가족 여러분...
여러분의 겜스터 김철민 입니다.
음...
뭐라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군요...
뭐... 이미 알고계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더 이상 숨길 수가 없네요...
어제 전화가 왔습니다.
건강검진을 받았던 '분당서울대병원'에서요...
"김철민님이시죠?
원래 다음주 화요일에 결과 보러 오시기로 했쟎아요?
근데... 결과가 조금 안좋게 나와서요...
조금 일찍 오셔야 할것 같은데요...
내일 시간되세요? 보호자랑 같이 오셔야 됩니다."
"꼭 보호자랑 같이 가야합니까?"
"아...뭐..꼭 그런건 아니구요..."
조금 불길하긴 했습니다...
오늘 아침 일찍 병원에 갔습니다.
음... 몸이 좀 안좋다는군요...
저도 좀 믿기지 않았지만...
위암이랍니다...
병원을 나오는데 날씨가 너무너무 좋더군요...
오늘 스타리그 시작할때...
"거부할수 없는 짜릿한 한판승부.."를 외치고나서
갑자기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더군요...
그렇게 끝났습니다...
하지만 이놈의 고집은...
내일 데일리게임통신과 토요일에 있을 인텔배 겜 대회까지는
하고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너무 일찍 알려져 버려서
내일과 토요일에 어떻게 방송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당분간 이곳을 비울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올것을 약속드립니다...
저를 위해서가 아니라 여러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돌아옵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2004년 3월 5일 새벽 여러분의 겜스터 김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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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김철민
번호:6190 글쓴이: CoolweN (이승원 해설)
조회:835 날짜:2004/03/05 06:10
..
* 어제 꾸었던 그 기분나쁜 꿈이.
바로 이런 상황을 예지하는 거였는지..
....
지금의 전.
설명하는게 먹고 사는일인 놈이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생각과 마음을 설명할 방법도 찾지 못할
정도로 허둥대고 있습니다.
솔직히 어제의 MSL에서도 내가 무슨말을 했는지.
경기가 얼마나 치열했는지 지금 재방송을 보고
나서야 알 정도로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방송이 끝난후 형과 헤어질때.
딱히 할것도 없는데 몸이 불편한 형을 붙잡아두고
이거하자 저거하자 졸랐던건.
솔직히 그 못보는 몇주(라고 믿고 싶습니다)가 너무
길것 같아. 조금이라도 더 붙잡아 두고픈 저의 철없는
마음이었습니다.
정말 사람의 인생이란건.
우리가 중계하는 스타크래프트의 난전상황
보다 더 알수없는 일인거 같습니다.
항상 만나고. 2001년 부터 쭉 내 오른쪽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이 이런 몹쓸병에 걸리다니.
삼십일년을 살았어도 전혀 생각할수없는 일이었기에
너무나 당황스럽고. 또 난감하고 괴롭습니다.
형.
WCG리플레이
TPZ
Warcraft 1-2차 시즌
KPGA투어 2002년1차-2003년 4차
MBCgame스타리그
About Starcraft
프리미어 리그
그리고 기억나지 않는 수많은 녹화프로그램들까지.
형은 제 출발과 현재를 함께한 최고의 파트너이자
선배입니다.
부탁하건데.
앞으로도 그래주십시요.
가는 형의 뒷모습을 보며.
붙잡아 면전에서 하기엔 너무 긴 이야기같아
차마 못했던 말은 바로 이겁니다.
좀 더 이기적으로 말해볼까요?
앞으로도 제 인생의 선배. 그리고 제 오른쪽을
남이 아닌 형이 지켜주시면 좋겠습니다.
진짜. 한번도 형에게 부탁같은거 해본적 없지만.
치료받으면서. 수술받으면서 아파도 좀 참고.
제발 좀 나아서 언제나처럼 껄껄 웃으면서
방송을 준비하는 형과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그러겠다 못그러겠다 대답도 필요없습니다.
그냥 제 마음 대로.
분명 그러리라 믿고.
형 자리 비워둔채로 기다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형이 없는 MSL은 언제나 미완성입니다.
지금 이 새벽.
이승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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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철인28호
번호:6228 글쓴이: 이윤열
조회:1115 날짜:2004/03/06 12:41
.. 안녕하세요
철민이형이라고 부르기 어색할만큼
가까이 지내지 못해지만
주위에서 많이 지켜봤었는데
정말 잼있는분이라는것도 느낄수 있었구요
마음이 좋은사람이라고도 느낄수 있었습니다.;;
MSL 마지막 날 전 아무것도 몰랐었는데
경기 끝난후 저에게
"윤열아~ 나없어도 열심히해야지~~^^"
"네 ^^"
근데 정말 이상했어요;; 왜그런말을 하는지;;
매니져형에게 물어보니 ` 암이라고 하더라구요~
정말 마음이 아프고 울적했습니다;;
왜 그떄 웃으면서 인사했었는지~
따뜻한 말한마디 건내지 못했는지;;
위에 제목처럼
철민28호가 아닌 철인28호가 되어서 돌아와주세요;;
로보트처럼 아프지 않는 건강한 캐스터로 돌아와주세요^^
( 출처 : http://cafe.daum.net/chulmins20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