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

2007.10.22 04:07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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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Letter OST - His Smile

어제, 밤 늦게 외출하려고 나서다 말고는 그제의 추위가 생각나 외투를 더 껴입었다. 그렇게 나간 심야의 명동 거리는 많은 사람들의 온기 때문인지 생각보다 따뜻했고 오히려 그 의외의 온기에 작은 배신감을 느끼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평소에는 음악을 통해 과거를 회상하곤 한다. 고3 시절 듣던 노래를 우연히 들으면 어느날 자정 학교 운동장에서 별을 바라보던 기억을 떠올리고, 군가를 듣게 되면 나쁜 기억보다는 함께 불렀던 전우들이 먼저 생각나는 등의 일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추위'가 회상의 매개체 역할을 했다. 요 며칠 사이 갑자기 찬 바람이 불면서, 어머니와 동생과 함께 눈 쌓인 팔공산을 올랐던 추억, 손발이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추웠던 훈련소 시절, 그리고 지난 겨울의 기억 등이 떠오르면서 마음이 꽤나 심란해졌었다.

그런데 어젯밤엔 이런 나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만큼의 강한 추위가 아니었기 때문에, 아마도 잔뜩 우울해질 준비를 하고 있다가 오히려 배신당한 느낌을 받았나 보다.

한참이나 읽지 않았던 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 낮엔 도무지 손에 잡히는게 없고 밤이 되면 그나마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데, 음악을 듣고자 하는 감성적 욕구와 책을 읽고자 하는 이성적 욕구가 싸우면 항상 전자가 이기는 통에 책을 읽은지도 꽤나 오래되었다. 지금 당장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뒤로 미루고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면서 자꾸 감정만 크게 부풀리곤 했다. 요즘에 들어서는 머리와 가슴이 따로 노는 듯한 기분도 가끔 느끼고, 인격까지는 아니지만 두 가지 모습의 내가 서로 시간을 나누어 나를 조종하는 듯 하기도 하다. 그래서 긴 지하철 이동시간을 스스로에게 핑계삼아 1시간 정도 책을 읽었고 덕분에 두리뭉실 떠돌던 마음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습관화 되어버린 종교에 대해서 잠깐 생각해 봤다. 종교란 모름지기 몸에 배고 생활화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자신의 신념이나 생각과 관계없이 몸만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종교적 행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면에서 최근의 나는 반성할 부분이 있고 또한 개인적인 기호가 종교보다 우선했던 그간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잡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은 전적으로 겨울이 되고 기온이 떨어졌기 때문에 갖게 된 것이다.

올해는 유난히 마음이 차다. 이제 막 추워지기 시작했는데 이 기나긴 겨울을 어떻게 보내야하나 막막하기만 하다. 그래도 그저 눈이 오고, 기온이 낮고, 옷을 두텁게 입어야 할 뿐이었던 겨울이라는 계절이 '가슴을 찌르는 계절'로 승화(?)한 것은 어느 정도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영 보다는 마이너스가 더 나으니까.

이제 그 때처럼 바쁘게 사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