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보이지 않는 힘

zzun 2007. 10. 1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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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취업에 관련된 어떤 시험이 있는 날이었다.

1.
가끔 악몽을 꾸긴 하지만 주로 내가 쫓기거나 위협을 당하는 입장이라서
그 위기가 절정의 순간에 달하거나 혹은 그냥 끝나버리면
바로 잠에서 깨는게 보통이다.
하지만 오늘 꿈에서는 반대로 내가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아 넣었다.
의외로 매우 침착했지만 머릿속으로는 생각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따라서 그 생각이 정리되기 전까지 좀처럼 잠에서 깨어날 수 없었다.

2.
반드시 일어나야 하는 날이면 나는 절대 알람을 끄고 다시 자는 일이 없다.
밤을 새고 나서 10분을 자더라도 알람을 들으면 바로 일어난다.
그런데 오늘은 알람을 듣고 다시 잤다.
반드시 일어나야한다는 마음이 부족했던 것일까.

3.
오늘도 평소처럼 준비물을 미리 챙겨놓지 않고 아침에 허겁지겁 챙기는데
평소답지 않게 뭐 하나 빼먹지 않고 모두 꼼꼼히 챙겼다.
하지만 덕분에 수정테이프(화이트) 찾다가 1-2분정도 허비했다.
(사실 굳이 가져가지 않아도 될 물건이었다.)

4.
나가면서 지갑을 보니 돈이 2천원 밖에 없었다.
음료수와 빵을 살 생각이었기 때문에 2천원이면 충분했는데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현금지급기에서 돈을 찾았다.
그리고 매점을 들러 녹차와 빵을 하나 샀다.
역시나 평소답지 않게 어떤 빵을 살까 한참 고민했다.

5.
버스를 타러 나가니 바로 눈앞에서 쓱 지나간다.

6.
다음 버스를 타고 역에서 내려 지하철을 타러 내려가니 사람들이 우루루 올라온다.
역시나 눈앞에서 출발해 버리는 지하철.

7.
정신을 놓고 있다가 갈아타야할 역을 지나쳤다.
다음 정거장에 내려 반대방향으로 건너왔는데
역시나 눈 앞에서 지하철 문이 닫힌다.

8.
다시 환승역으로 돌아와 긴 통로를 걸었다.
드디어 갈아타는 플랫폼에 다왔는데 사람들이 우루루 걸어 나온다.
역시나 지하철은 문을 닫고 출발하고 있었고
나는 그저 피식 웃음밖에 안나왔다.









결국 30초 지각할 시험을 30분 지각했다.
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사실 어제 저녁에 이 시험을 치러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많이 고민했었는데
산책하는셈 치고 가볍게 갔다 와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부터 시험장에 도착하기까지
나는 제 시간에 도착하기 위해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냥 나를 그 회사에 가지 못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나보다 라고 생각했다.





정말로 어떤 보이지 않는 존재가 나를 막았거나,
아니면 내 안에 있는 나도 모르는 어떤 힘이 나를 막았거나.



오늘 하루종일 이어폰에서는 Nas의 My Way가 흘러나왔다.



I did it my way.





(이미지 출처 : http://blog.naver.com/redjunkee/80037793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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