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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추석에는…차례상에 피자 올라

zzun 2004. 9. 24.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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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추석에는…차례상에 피자 올라

[매일경제 2004-09-24 16:47]  

결혼 후 첫 추석을 맞아 지난해 서울 성북동 시가를 찾은 직장인 송 모씨(27) 는 깜짝 놀랐다.
차례상에 피자가 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직장 후배들로부터 차례상에 피자를 올린다는 이야기를 간혹 듣긴 했지만 지방에서 자란 그녀에겐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도 궁금해 남편에게 살짝 물어봤다. 남편이 피자를 좋아하는 데다 돌아가신 시할머니도 피자를 좋아해 2년 전부터 차례상은 물론 제사상에도 피자를 올린 다는 설명이었다.

시대 흐름이 변하면서 추석 풍속도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전통 차례상을 꿋꿋 하게 지켜온 사과 배 밤과 함께 열대성 과일 '스타푸르프(일명 카람볼라)' '블 러드 오렌지' 등 이름도 생소한 과일이 차례상을 장식한다.

"돌아가신 분이 진짜 드실 것도 아니고 어차피 가족이 함께 먹을 음식인데 이 왕이면 좋아하는 음식들로 차례상을 장만한다”는 것이 송씨 시어머니의 말이 다.

'추석은 친가에서'라는 고정관념도 깨지고 있다. 경북 의성이 고향이라는 유종 기 씨(33)는 올해 처가부터 들려 자신이 처가 차례 음식을 준비할 계획이다.

"추석 때 처가에서 최근 배운 요리솜씨도 뽐낼 겸 연휴 대부분을 처가에서 보 낼 계획”이라는 것. 친가에서는 눈치가 보여 추석 준비를 하는 아내를 도와줄 수 없기 때문에 먼저 처가에서 아내를 돕고 추석 바로 전날 고향에 갈 예정이 라는 것. "처가에 잘 보이면 명절 때마다 겪는 명절 증후군도 없앨 수 있어 좋 은 것 같다”며 웃는다.

노는 문화도 달라지고 잇다. 그 동안 명절이면 가족끼리 모여 최고 '국민 문화 '로 즐기던 고스톱도 사라지고 있다. 신세대인 이현숙 씨(25)네 가족은 올해 차례를 지내면 가족 전체가 동네 'PC방'에 가기로 했다.

남자들끼리 하는 고스톱 대신 남녀를 망라해 가족끼리 편을 갈라 스타크래프트 를 즐길 작정이다. 일가친척이 모일 기회가 갈수록 적어지는 데다 모두들 인터 넷 게임에 길들여져 고스톱 같은 '아날로그' 게임이 낯설어졌기 때문이다.

핵가족이 늘면서 며느리들이 모여 차례상을 차리는 것은 이제 옛말이다. 이미 추석 토털서비스 업체에 차례상을 맡기는 것은 구문이고 인터넷과 전화 몇 통 화로 여행지에서 벌초에다 성묘 차례까지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시대 흐름에 따라 묘지 문화도 변했다. 예전에는 선산에 조상서열에 따라 봉분 을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세우는 형태였지만 얼마 전에는 봉분을 없애는 대신 이 터에 간단한 가족납골당을 만드는 형태로 변했다.

직장인 신 모씨(46) 고향인 전라도 고흥지방에서는 최근 들어서는 이런 납골당 도 없애고 봉분없이 아예 평평한 터에 유골을 묻고 비석만 세우는 '평장'형태 도 나타나고 있다.

아예 해외로 떠나는 이들도 많다. 최근 들어 명절 때마다 인천국제공항에 인파 가 몰리는 이유다. 연휴기간을 해외에서 즐기겠다는 휴가파뿐만 아니라 추석연 휴가 주말까지 겹쳐 5일이나 되자 연휴를 이용해 해외에 있는 가족과 '반짝 상 봉'하는 기러기 아빠들도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채경옥 기자 / 배한철 기자 / 손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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