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시험이 끝난 날

zzun 2004. 7. 15.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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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이 끝난 날...




끝나자마자 기숙사로 돌아와서
컴퓨터를 잠깐 확인한 후
2층 침대로 올라가 잠을 청한다.

저녁쯤 룸메이트가 들어온다.
내가 깰까봐 불도 못켜고 조용히 컴퓨터 한다.
저녁 먹을 시간도 훨씬 지나서 슬슬 눈이 떠지고
그때쯤 원경형이 순보랑 내 방에 쳐들어온다.

통닭이나 맹구를 하나 시키고
원경이형은 내 책상에 앉아 어느새 스타를 실행시키고 있다.
나는 계속 침대에 누워 '엉성'이라는 말을 연발한다.
잠시후 음식이 도착하고 돈을 챙겨 내려간다.

우리는 먼저 먹기 시작하고
원경형의 손떨림이 멈추면 내려와 같이 먹는다.
순보는 재빨리 방송사 홈페이지로 들어가
볼만한 VOD를 튼다.

먹고나서 각자 자기방으로 돌아간다.
새벽이 된다.

MSN으로 어떤 대화가 오고간 후
다들 겉옷을 걸치고 기숙사 앞으로 모인다.
잠시후 추위에 대비해 중무장한채로 원경형이 도착하고
원경형의 오토바이에 순보랑 내가 타고
R&B 노래방으로 향한다.

원경형은 언제나 열정적으로
순보는 언제나 감성적으로
노래들을 부른다.

새벽5시나 되어서야 남은시간은 0분이 되고
다들 나와서 출출한 배를 샌드위치와 오뎅으로 달랜다.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매서운 바람을 뚫고 정문을 지나 기숙사로 향한다.
다시 각자 자기방으로 돌아가고
컴퓨터를 켜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아침해가 푸르스름하게 뜰때쯤
다시 2층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한다.





또...
고기부페, 딱한잔, 낙성대노래방, 왕삼겹.com, 301동, 마을버스

모두 잠이 든 새벽 3시쯤의 기숙사, 학교의 모습,
그 시절의 모든 것이..
자꾸 떠올라 잊혀지지 않는다. 그립다. 너무 그립다.

오늘도 시험이 끝난 날이었다.
집에 돌아왔을땐 어머니께서 밥을 차려주셨고
낮잠을 자고 일어났을땐..
TV도 있고, 가족도 있고, 밥도 있고, 밝은 빛도 있었다.
그 땐 없던 것들이었는데 말이다.

지금 새벽 3시가 되도록 아직 안자고
그때의 기분을 조금이라도 느껴보려 해보지만
쉽지는 않다.





다신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는게
아직 1년도 안된 과거인데도.. 다시 할 수 없다는게
이렇게 가슴이 아리는 일이 될 줄은 몰랐다.

굳이 같이 술잔을 기울이며 깊은 얘기를 나눴던 장면이 아니더라도
그저 평범했던 하루하루가... 그립다.

정말 외로웠던 그 때... 그 외로움을 가시게 해준 추억들이기에
지금 이렇게 더 아프게 다가오는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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