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zun.net

사용자 삽입 이미지

베티 스미스 지음 / 김옥수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펴냄


오랜만에 다시 책을 손에 잡았다. '바빠서...' 라는 핑계도 이제는 좀 식상하기도 하고, 날이 갈수록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능력이 떨어져가는 내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다. 우선은 가벼운 소설부터.

자신이 살던 동네가 이 세상의 전부였고, 새롭게 접하는 모든 것은 경이로웠으며, 어머니는 작은 약점조차 없는 완벽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어린 꼬마 프랜시가 진실(?)을 알아나가는 과정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속에 가난, 사랑, 부모, 재능, 가족, 성장 등의 키워드가 심겨져 있다.

음악적 재능을 타고 났지만 세상에 뽐낼만한 기회를 갖지 못했던 프랜시의 아버지와, 철저히 모든 것을 계산하는 조금은 과도하게 현명한 프랜시의 어머니를 보면서 내 아버지와 어머니가 생각났다. 많은 부분이 비슷하다. 가끔씩 '두 분이 대학교육.. 아니 고등학교 교육이라도 받았으면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을텐데'라고 생각하곤 한다. 어찌보면 나는 세 명 분의 삶을 살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눈부신 빛으로 가득한 작은 방에 살던 프랜시가 어둡고 거대한 세상으로 향하는 문을 열고 나왔을 때, 그녀는 어른이 되었다. 그렇게 유쾌하지만은 않은 이야기가 끝나갈 때 쯤에 눈에 띄는 문장이 하나 있었다.

"항상 무엇이든 맨 처음이나 마지막으로 보는 것처럼 바라보아라. 그러면 지상의 모든 시간이 영광으로 가득 찰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이란 책에서 읽었던 '굳이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는 것만이 여행이 아니라 작은 방 안에서도 충분히 놀라운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얘기와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매일 매일의 반복되는 일상으로 주변의 모든 사물이 지루해지는 것처럼, 나이를 하나 둘 먹고 철이 들수록 모든 것이 시시해지기 마련이다. 어렵겠지만, 항상 처음보는 것처럼 혹은 마지막으로 보는 것처럼 바라보도록 노력해봐야겠다.

이 책은 청소년 권장도서다. 좋은 책이나 영화를 볼 때마다 하는 말이지만 조금 더 일찍 이 책을 읽지 못해 아쉽다. 만약 10년 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지금보다 더 크게 와닿지 않았을까. 어려운 수학 공식과 영어 단어들로 머리 속이 가득했던 나의 10대 시절이... 후회스러운건 아니지만, 조금, 아쉽긴 하다.

Comment +0

신영복 지음 / 돌베게 펴냄



참 오래도 가방에 들어 있던 책이다. 수업이나 취업 준비, 직장 생활 같은 핑계거리들도 있지만 그보다는 수필집 같기도 시집 같기도 한 이 책의 특성 때문에 오랜 시간동안 더디게 읽어 나갔던 것 같다. 게다가 부족한 내 식견으로 이해하기에는 20년간의 편지들에 담긴 뜻이 너무 깊은 것이기도 했다.

- 독서는 타인의 사고를 반복함에 그칠 것이 아니라 생각거리를 얻는다는 데에 보다 참된 의의가 있다. (p.24)

유독 적었던 지난해의 독서량은 마땅히 반성해야 할 일이지만 그래도 이 한 권의 책으로 많은 생각거리를 얻었다는 것에는 만족하고 있다.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벤치에서, 화장실에서, 까페에서 신영복 선생의 편지 한 통을 읽고 나면 그 자리에서 책을 덮고 한참이나 생각에 빠지곤 했다. 20대 초반에 가졌던 고민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고 오히려 더 많은 고민과 불완전한 감정들을 떠안아 버린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구절들이 있어서 좋았다.

- 큰 슬픔이 인내되고 극복되기 위해서 반드시 동일한 크기의 커다란 기쁨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p.47)
- 청년은 다시 오지 않고 하루는 두 번 새벽이 없다. (p.83)
- 절실한 일이 없으면 응달의 풀싹처럼 자라지 못하며 경험이 편벽되면 한쪽으로만 굴린 눈덩이처럼 기형화할 위험이 따릅니다. (p.136)

물론 이런 무거운 글자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편지라는게 원래 묘한 매력을 갖고 있어서 말로는 차마 부끄러워 하지 못할 이야기들도 글로 표현하면 용기를 내어 쓸 수 있게 된다. 내가 이 블로그에 가끔씩 쓰는 글들도 말이 아니라 글이기 때문에, 실명이 아니라 zzun이라는 닉네임으로 낙관이 찍히기 때문에 평소에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었다.

- 저는 가끔 햇볕 속에 눈 감고 속눈썹에 무수한 무지개를 만들어봄으로써 화창한 5월의 한 조각을 가집니다. (p.150)
- 짧은 시간에 많은 이야기, 작은 가방에 많은 물건을 넣은 듯 두서 없긴 하지만 창문 하나 더 열어준 셈은 됩니다. (p.193)

특히 따로 스크랩까지 한 <벽 속의 이성과 감정>이라는 제목의 편지는 내가 왜 이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알려주는 글이었다.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지난 1년여동안 나는 더 감정적인 것, 더 기쁘고 더 슬픈 것만을 찾아 즐기곤 했지만 결국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었다. 그러다 오히려 멀리했던 책을 한 권 읽고 무너졌던 이성이 제 자리를 찾자 놀랍게도 모든 문제가 명확하게 보이고 힘들었던 감정도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 대상을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바라보는 경우, 이 간격은 그냥 빈 공간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선입관이나 풍운 등 믿을 수 없는 것들로 채워지고, 이것들은 다시 어안렌즈가 되어 대상을 왜곡하게 됩니다. (p.246)
- 우리는 삶의 어느 터전에 처한다 하더라도 자기 몫의 일에 대해여, 이웃의 힘겨운 일들에 대하여 결코 무력하거나 무심하지 않도록 자신의 역량과 심정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p.310)

작년, 그리고 올해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많은 일이 시작되었고 또 많이 진행되었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은지도 몇 달이나 지나버렸다. 주옥같은 글들 중에서 내가 기억하는 건 고작 몇 줄 뿐이지만 그 몇 줄 속에서 참된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은가 싶다. 마치 우리의 긴 인생에서 잊지 못할 소중한 몇몇 순간들처럼.

- 세모에 지난 한 해 동안의 고통을 잊어버리는 것은 삶의 지혜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잊지 않고 간직하는 것은 용기입니다. (p.316)
- 실패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실패의 발견이 필요한 것이며, 실패가 값진 것이 아니라 실패의 교훈이 값진 것이라 생각합니다. (p.334)

책장에 꽂혀 있는 책의 하얗게 닳은 모서리가 마음에 든다.

Comment +0

이병률 - 끌림

이병률 지음 / 이병률 사진 / 랜덤하우스중앙 펴냄



'산문집'이라는거, 이런 느낌이구나.

부드럽고, 잔잔하고, 나른한 오후 같은 느낌.

이렇게 끄적임을 모아놓은 글도 꽤 마음에 드는걸?

여행을 시작하게 되면,

카메라수첩은 꼭 챙겨야 할 것 같아.

프로가 아닌 사진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도 알 수 있었어.

.
.
.

떠나고 싶다.


#026
내일과 다음 생 중에,
어느 것이 먼저 찾아올지 우리는 결코 알 수가 없다.

#045
누군가를 진정으로 이해하게 됐다면 아무리 늦었다 해도,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그건 분명 사랑인거다.

사랑인걸까...



이미지 출처 : http://blog.naver.com/ylove96/150011647480

Comment +2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