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zu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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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음악에 취한 채로 글로버 가든을 나와 다시 언덕길을 내려왔다.

여행을 하면서 관광명소를 가고, 맛집을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사진을 찍고 그런 것들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잊지 못할 단 하나의 순간을 뇌리에 남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글로버 가든의 재즈는 나에게 그런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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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성당이 있는 곳이다보니 성물가게 비슷한 곳이 있었다.
거기서 스태인드 글래스 그림의 향초를 샀다.
어머니와 친구에게 하나씩 선물했는데 잘 쓰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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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지도를 보면서 열심히 걸었다.
난 처음 간 도시에서는 지도를 보고 걸으면서 지리를 익히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네덜란드인의 거리'라는 저 동네는 2차대전 전후로 네덜란드인들이 모여 살았던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주변에 오래된 서양식 건물도 많이 보이는데 나가사키가 항구도시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었다.

걷다가 바다가 보이는 곳에 앉아서 한참이나 멍하니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냥 해가 지고 있는 걸 바라봤던 것 같다.
그러다 배가 고파져서 일어났다.

아, 나가사키까지 왔으면 잊지 말고 먹어야 하는 것이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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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나가사키 짬뽕!
짬뽕이라는 음식이 탄생한 곳이 바로 나가사키다(중국이 아님).

사실 일행이 없어서 혼자 식당에 들어간다는 게 좀 부끄러웠지만
'내가 평생 나가사키를 다시 올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니까 용기가 났다.

메뉴는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역시 정석대로 '찬-퐁'을 시켰다.
우리나라 짬뽕과는 달리 닭뼈로 육수를 내고 맵지 않게 양념을 한다.
숙주나물이 아주 많이 들어가 있고 해산물은 조개살 정도가 들어가 있었던 것 같다.
흔히 먹는 일본 라멘과 우리나라 짬뽕 맛의 중간 정도?
맛은 좋았다!

장충동 족발집처럼 '원조'라고 불리는 가게가 여럿 있는 것 같았다.
저 가게도 그 중 하나.


이제 배도 부르고,
나가사키에 해야할 일도 한 가지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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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는 항구도시이기 때문에 야경으로도 유명하다.
야경을 보기 위해 케이블카를 타고 산 정상으로 올라갔다.
3층짜리 건물에 식당과 카페가 있고 사람들도 꽤 많았다.

산 중턱의 야외공연장에서 유명한 가수가 공연을 하고 있어서 조금 시끄럽긴 했지만
그리고 8월말인데도 해가 지니까 바람이 많이 불어서 좀 춥긴 했지만
그래도 꿋꿋이 버티면서 어둠이 내리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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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찍은 사진.

더 어두워졌을 때는 제대로 사진을 찍지 못했다.
정말 예뻤는데...

그렇게 혼자 궁상맞게 감동하고 있다가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머나먼 길을 달려 다시 후쿠오카로 돌아왔다.

사실 나가사키를 가기로 결정한 것도 일본에 도착하고 나서니까
숙소를 구하지 못해 고생한 것도 그리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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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자고 일어난 마지막날은 다시 후쿠오카 시내를 돌았다.
쇼핑도 좀 하고.

전에 도쿄에서 들렀던 프린팅 티셔츠를 파는 가게도 후쿠오카에 있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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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상가는 우리나라와 별반 다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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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혼자 들어가서 먹기 쉬운 것은 역시 라멘이다.
유명한 체인점(?)인 잇푸도(일풍당) 라멘.

역시나 이번에도 조금 얼큰한 라멘에 세트메뉴로 시켰더니 저렇게 나왔다.
매운 정도를 선택해서 주문할 수 있다.

그렇게 일본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하고 다시 공항으로 향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이 여행기도 어쨌든 1년여만에 끝이 났다.
귀국하던 비행기에서 찍었던 구름을 보니 또 마음이 동한다.



북큐슈 여행기는 여기서 끝나지만,
런던/파리 여행기로 커밍 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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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KON D90 | Manual | 1/640sec | F/3.5 | 0.00 EV | 18.0mm | ISO-200 | 2009:08:29 15:38:22

그렇다.
나는 나가사키라는 곳을 2009년 8월에 방문했던 것이다.
여행기를 마무리짓지 못하고 어물쩡 거리다가 결국 이렇게 2010년 하고도 10월이 되어버렸네.
바다 냄새 가득했던 나가사키가 어렴풋이 기억이 날 것도 같다.





이렇게 생긴 낡은 전철을 타고 도시 북쪽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남쪽으로 내려왔었다.
무슨 성당을 갔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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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이렇게 생긴 오래된 성당도 방문했었다.
토끼 모양의 특이한 벤치도 기억나고
저 계단에서 사진 한장 찍으려고 쭈뼛쭈뼛 버티고 있던 것도 기억난다.
날씨가 정말 많이 더웠었는데...
(찾아보니 오우라 천주당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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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도시의 느낌을 아주 약간 느낄 수 있는 사진.
1년 전에 찍은 사진인데... 요즘 찍는 사진과 많이 다르네.






그리고 Glover Garden이라는 정원도 갔었구나.
글로버라는 외국인 가문(?)이 만들었다는 매우 큰 정원...
올라가는 입구가 너무 거창해서 잔뜩 기대했는데,
그냥 부자집처럼 생겼었다.


그리고....



바로 이 곡.
공원 안에서 우연히 들었던 재즈. 'Poor Butterfly'
그 마지막 가사가 힘겨워하던 내 마음을 달래주었었다.

"But if he won't come back... then I'll never sigh or cry."

일년만에 이 노래를 다시 들으니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서 좋다.
비록 리허설이었지만... 지친 여행객에게는 이 보다 좋은 선물이 있을까.




끝나지 않은 여행기는 어쨌거나 계속 이어집니다.
기억은 잘 안나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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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 여행기를 완성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1년이 다 되어가는 사진들을 꺼내어 보니 신기하고, 내가 저기를 갔던가 싶기도 하다.

나가사키 시내를 다니는 전차가 3개 노선이 있는데 나가사키역에서 북쪽의 마츠야마마치(松山町)로 가려면 3호선을 타면 된다.
구마모토에 이어 두 번째로 타는 전차. 역시나 올드한 느낌이라 좋다.


Google Ma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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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는 버스와 유사하며 구마모토의 전차와 거의 같은 구조였다.
서 있는 사람은 가운데보다 주로 양끝에 서는 편이고,
하차는 정차벨을 누르고 나서 전차가 완전히 멈춰 선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내린다.
차가 서기도 전에 먼저 일어나는 사람은 한국 사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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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렸던 역이 마츠야마마치역이었구나.
때로는 펜을 꺼내서 메모하는 것보다 셔터를 누르는 게 더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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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공원.
2차 세계대전 당시 나가사키에 떨어졌던 원폭 피해자를 기리기 위해 조성된 공원이다.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사흘 간격으로 있었던 원폭 투하는 전쟁을 끝내기는 했지만 수많은 민간인 희생자를 냈다는 점에서,
그리고 일본이 스스로를 전쟁의 피해자로 주장할 수 있는 빌미를 줬다는 점에서 그다지 옳은 선택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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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원폭의 잔해가 있는 넓은 공원에 각 나라에서 기증받은 조각상이나 작은 건축물 등을 전시해 놓았다.
모두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은 작품들이고,
저 스머프 같은 아저씨는 공원 정면에 가장 크게 자리하고 있는 조각상이다.
오른손은 핵무기의 위협을, 왼손은 세계평화를, 그리고 지그시 감은 눈은 희생자에 대한 추모를 상징한다고 한다.




공원은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조용하고 한적했다. 누가 평화공원 아니랄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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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묘비다.
공원 어딘가에 한국인(조선인이라고 써있다고 함)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비석이 있다길래
더운 날씨에 땀 뻘뻘 흘리며 돌아다녔으나 결국 찾지 못했다.
(검색해보니 찾기 어려운 곳에 숨어 있다. 참고: http://blog.ohmynews.com/historyseek/199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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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더위와 배고픔을 못참고 편의점에서 사두었던 삼각김밥을 뜯었다.
여행 중에는 아침은 싸고 간편하게, 저녁은 그 지역의 소문난 음식점에서 맛있게 먹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사진을 찍은 시간을 보니 이 때가 벌써 오후 두 시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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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유벽(?)은 원폭... 어쩌고 저쩌고.
This remain shows a part of the wall which surrounded the Urakami Branch of Nagasaki Prison which was located here when the A-bomb exploded.
... 그렇다는군.

나가사키는 히로시마와는 달리 산지가 많아 피해는 적었다고는 하지만 사망자는 7만명에 달한다(한국인은 1만명 이상 추정).
폭발과 동시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람들, 피부의 절반 이상에 화상을 입은 사람들,
목이 말라 강물을 마시며 죽어간 사람들, 그리고 아직까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
내가 서 있던 곳에서 50년 전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게 믿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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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공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우라카미 천주당'이라는 성당이 있다.
저기 멀리 보이는 붉은색 건물.

날씨는 덥지만 동네 구경하면서 걷기에 딱 좋은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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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더운 지역이다보니 아이들이 바지만 입은 채로 거의 샤워를 하고 있다.
낯선 남자가 카메라를 들이대는데도 해맑게 포즈를 취하는 아이들.

"둘셋~ (찰칵)"
"이 사진 내일 신문에 나와요?"
"아니."
"그럼 책에 나와요?"
"아니, 안나와. 어쨌든 고마워~"
"고맙습니다~"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다니니 기자라도 되는 줄 알았나보다.
내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다시 물풍선을 가지고 신나게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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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카미 천주당.
원래 천주교도들이 몰래 거주하던 우라카미 지역에 1914년 드디어 완성된 성당. 당시에는 동양에서 가장 큰 성당이었다고도 한다.
하지만 평화공원 자리에 있던 감옥이 박살났듯이 이 성당도 원폭투하 후 벽의 일부만 남았고 현재는 1959년에 재건된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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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게 그을린 것은 모두 원폭의 잔해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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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생각 없이 성당 뒷문으로 들어가서 정문 쪽으로 걸어오면서 한 컷 찍었는데
관리하는 아저씨가 사진 촬영하면 안된다고 나오라고 하신다.
알고보니 정문으로 들어가서 성당 입구까지만 출입이 가능한 구조였는데 내가 뒷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어쨌든 덕분에 건진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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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놀이터처럼 보이는데 도시공원법에서 규정된 금지행위들을 이렇게 팻말에 적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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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에서 나오니 아직까지 그 자리에서 놀고 있다.
렌즈도 삼식이로 바꾸고 제대로 찍어주려고 하니까,
옆에 있던 아이가 방해한답시고 물풍선에 있던 물을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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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도 책에도 나오지 않는다고 했지만 서로 찍어달라고 난리다.
도쿄였다면 수상한 사람이 사진찍는다고 경찰에 신고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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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보자...
평화공원이랑 우라카미성당은 봤고, 박물관이나 기념관은 재미없을 것 같고,
'원폭낙하중심지, 350미터'
여기나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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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곳이 바로 원폭낙하중심지.
1945년 8월 9일 11시 02분.

우리나라의 젊은 세대들이 일제강점기나 한국전쟁에 대해 무감각하듯이,
일본의 젊은 세대들도 원폭의 피해를 남의 일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듯 하다.
둘러보는 동안 외국인이나 어르신은 꽤 있었지만 젊은 일본인은 거의 보이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긴 주말에 이런 시골까지 누가 오겠냐만은...

아직 나가사키 남쪽에도 둘러 볼 곳이 많다.
여기는 이쯤에서 패스~

(계속)


ps.
유럽여행날짜가 다가오고 있어서
빨리 여행기를 마무리 짓고 싶은 마음에 사진을 좀 많이 붙였다.
나가사키 이야기를 한 편 더 쓰고,
마지막 날 마무리하는 이야기로 한 편 더 쓰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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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

  • broYobi 2010.07.16 12:20 신고

    너무 눈에 익은 육교라서 혹시나 했더니 ㅋㅋ
    나가사키는 작은 도시라 동선이 같군..

    • 그렇나? ㅋㅋ

      나도 몰랐는데 지금 니 블로그 가보니
      참 많이도 돌아댕깄네
      아소산, 구마모토성, 글로버정원은 나도 가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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