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있게 한 모든 것들

2008.11.20 00:19리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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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티 스미스 지음 / 김옥수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펴냄


오랜만에 다시 책을 손에 잡았다. '바빠서...' 라는 핑계도 이제는 좀 식상하기도 하고, 날이 갈수록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능력이 떨어져가는 내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다. 우선은 가벼운 소설부터.

자신이 살던 동네가 이 세상의 전부였고, 새롭게 접하는 모든 것은 경이로웠으며, 어머니는 작은 약점조차 없는 완벽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어린 꼬마 프랜시가 진실(?)을 알아나가는 과정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속에 가난, 사랑, 부모, 재능, 가족, 성장 등의 키워드가 심겨져 있다.

음악적 재능을 타고 났지만 세상에 뽐낼만한 기회를 갖지 못했던 프랜시의 아버지와, 철저히 모든 것을 계산하는 조금은 과도하게 현명한 프랜시의 어머니를 보면서 내 아버지와 어머니가 생각났다. 많은 부분이 비슷하다. 가끔씩 '두 분이 대학교육.. 아니 고등학교 교육이라도 받았으면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을텐데'라고 생각하곤 한다. 어찌보면 나는 세 명 분의 삶을 살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눈부신 빛으로 가득한 작은 방에 살던 프랜시가 어둡고 거대한 세상으로 향하는 문을 열고 나왔을 때, 그녀는 어른이 되었다. 그렇게 유쾌하지만은 않은 이야기가 끝나갈 때 쯤에 눈에 띄는 문장이 하나 있었다.

"항상 무엇이든 맨 처음이나 마지막으로 보는 것처럼 바라보아라. 그러면 지상의 모든 시간이 영광으로 가득 찰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이란 책에서 읽었던 '굳이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는 것만이 여행이 아니라 작은 방 안에서도 충분히 놀라운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얘기와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매일 매일의 반복되는 일상으로 주변의 모든 사물이 지루해지는 것처럼, 나이를 하나 둘 먹고 철이 들수록 모든 것이 시시해지기 마련이다. 어렵겠지만, 항상 처음보는 것처럼 혹은 마지막으로 보는 것처럼 바라보도록 노력해봐야겠다.

이 책은 청소년 권장도서다. 좋은 책이나 영화를 볼 때마다 하는 말이지만 조금 더 일찍 이 책을 읽지 못해 아쉽다. 만약 10년 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지금보다 더 크게 와닿지 않았을까. 어려운 수학 공식과 영어 단어들로 머리 속이 가득했던 나의 10대 시절이... 후회스러운건 아니지만, 조금, 아쉽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