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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를 하고 거울을 보며 로션을 바르다 문득 손이 멈춘다. 매일 바라보는 내 얼굴이 오늘따라 낯설게 느껴진다. 생각해보면 거울을 보는 나의 시선은 늘 나의 뺨이나 수염난 턱, 부쩍 자란 머리카락만 향했었지 나의 눈을 제대로 들여다 본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가만히 앉아 한참이나 내 눈을 바라보았다. 사람이 나이가 들 수록 눈빛이 깊고 그윽해진다고 하는데, 내 눈빛도 어느새 한 가지 색이 아님을 깨닫고 나니 만감이 교차한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삼십 여 년을 아둥바둥 살아온 것일까?


삶의 시작은 나의 의지가 아니었지만 삶의 끝은 본인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말이 있다. 비록 누군가에 의해 주어진 삶이지만 그 속에서 모두들 각자의 의미를 찾아 삶을 꾸려나가게 마련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암묵적으로 장남, 아들, 형, 공부잘하는 친구, 나중에 성공할 친구, 우리 집안을 일으킬 재목이라는 이름들 속에 살아왔다. 자연스레 책임감이라는 단어가 산더미처럼 크게 내 머릿속을 차지했고, 모든 말과 행동은 나를 희생하여 내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다행히도 나는 그 속에서 내 삶의 의미를 찾았고, 가족과 친구들이 행복해하고 나를 자랑스러워 할 때마다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기뻤다.


그리고 한 사람을 만났다. 한 사람을 만나기 전에는 가족과 친구들이 내 '삶의 의미'였다면, 이 사람은 내 '삶의 이유'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나를 찾아왔다. 그동안 나는 스스로의 의지로 말하고 행동하며 그러한 삶의 정당성을 찾기 위해 '의미'를 부여했던 과정이었는데, 살아가는 '이유'가 생기고부터는 거꾸로 그 이유를 위해 나의 모든 말과 행동이 바뀔 수 있음을 깨달았다. 존재하는 것에 의미를 찾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이유로 인해 모든 존재가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삶에 찌들어서인지 그 이유를 이유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또 다시 커다른 의무와 책임감으로 변형시켜 버린 것 같다. 평생 어깨에 들고 있던 짐을 이제 내려놓으라고 하는데도 쉽사리 내려놓지 못하고, 오히려 내 앞에 있는 커다란 행복마저 또 어깨에 짊어지려고 했나보다. 어깨가 아니라 두 팔 벌려 가슴으로 따뜻하게 안아줘야 할 사람인데 내가 너무 바보 같은 생각을 한 것 같아 미안하고 또 미안해진다.


로션을 바르다 말고 노트북을 열고 시덥잖은 글을 쓰고 나니 마음이 한결 후련해진다. 이제 거울을 보니 낯설지 않은 평소의 내가 보이는 것 같아 편안한 마음으로 잘 수 있을 것 같다. 등 돌리고 먼저 잠든 아내에게 얼른 다가가 누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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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월간 윤종신 콘서트 구독자들의 선택




2013 월간 윤종신 콘서트 <구독자들의 선택>


2013. 04. 13. pm7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2010년 4월부터 매달 1-2곡씩 신곡을 발표했던 <월간 윤종신> 프로젝트.

만 3년간 발표했던 마흔 여섯곡을 총정리해보는 콘서트를 열었는데

나름 '애독자'라고 자부했던 나였기에 놓칠 수 없는 공연이었다.





<사랑의 역사>로 시작한 콘서트는 25위부터 1위까지의 차트(?)를 소개하는 가요톱텐 스타일로 진행되었다.




지난 3년간 <월간 윤종신> 프로젝트를 열심히 찾아 듣던 시절도,

혹은 몇 달간 잊고 지내던 시절도 있었지만

콘서트에서 한 곡, 한 곡 소개될 때마다

'맞아, 이 곡도 참 좋았었지' 라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내가 참 윤종신 음악을 좋아하긴 하는가봉가.




정말 많은 명곡들이 있지만 그중에 팬들이 뽑아준 1,2,3위만 소개하고자 한다.


3위. 이별의 온도



동네 한 바퀴, 내일 할 일, 거리에서, 이별택시 등등..

윤종신이 가장 잘 표현하는 감정 중의 하나가 바로 이별의 감정이다.

잊은듯 살아가는 중에 문득문득 폐부를 찌르는 기억의 조각과 같은,

쓸쓸한 느낌의 멜로디와 너무 솔직한 가사들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이 곡도 그런 대표적인 스타일의 곡인데

이별을 슬퍼하고 그리워하는 내용이지만 결론은 '이젠 안녕'으로 끝난다.

단순히 괴로워하는 감정이 아니라

이젠 놓아줄테니 행복하게 잘살라는 메시지로 노래를 마무리한다.

나도 20대때는 격한 감정을 쏟아내는 곡들이 좋았는데

30대가 되고 결혼을 하고 나니 이렇게 아름답게 끝나는(?) 노래가 더 좋다.






2위. 늦가을 (Feat. 규현)



규현이라는 가수를 알게 된 노래다.

아이돌이라도 이런 좋은 노래를 훌륭하게 소화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아쉽게도 전날 공연에 참석해서 이 곡과 <거리에서>를 불렀다고 하는데

많이 아쉬웠던 부분이다.

 

아내는 이 곡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했던, 대망의 1위곡.


 

 

말꼬리 (Feat. 정준일)

 


 

1,2위를 다 맞춘걸 보면 우리 부부의 감성은 참 대중적인가보다.

 

사실 메이트의 노래를 들을 때는 그냥 곡이 좋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이 노래를 듣고 나서는 정준일의 목소리와 창법이 참 멋지다는 걸 알았다.

윤종신씨에겐 죄송하지만, 윤종신이 직접 부른 버전으로 들으니 더 확연히 와닿았다.

정준일이 정말 노래를 잘 한다는 것을...

 

노래를 잘 한다는 것은 단순히 더 높은 음을 내는 것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느냐로 기준을 삼아야 한다고 생각해보면,

정준일은 꽤나 노래를 잘 부르는 축에 속한다.

솔로음반도 좋지만

가끔 이렇게 다른 작곡가의 곡을 불러줬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다.

 

 

 

이 외에도 조정치와 함께 부른 <치과에서>, 그리고 그의 솔로곡 <유언>,

<그대 없이는못살아(늦가을)>, <오르막길>, <나이>, <몰린> 등 명곡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다른 날엔 규현, 정인, 박지윤(!)이 게스트로 나왔다고 해서 한껏 기대했는데

겨우 조정치뿐(?)이라 조금 실망스러웠던 것만 빼면

더할나위없이 좋은 공연이었다.

 

 

 

올 연말엔 또 다른 가수의 공연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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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기운이 꿈틀대고 있다.

작년 4월 스페인에서 들었던 버스커 버스커의 노래가 다시 길거리에서 자주 들리면서

자꾸 스페인에서의 행복했던 순간들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피식피식 웃게 되는 요즘이다.

날씨는 그 날씨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향기는 그 향기의 주인공을 생각나게 하는 중요한 매개체다.




윤종신은 2010년부터 <월간 윤종신>이라는 이름으로 매달 신곡을 발표하고 있다.

내가 이 시리즈를 무척이나 좋아하고 아끼는 이유는

음악도 물론 훌륭하지만 그 계절에, 그 즈음에 들으면 정말 마음이 동하는 그런 곡들을 많이 발표하기 때문이다.


요즘 윤종신 콘서트를 대비하고자 그간 발표했던 곡들을 다시 들어보고 있는데

한 곡씩 듣다가 이 곡에서 재생목록이 멈추고 더 이상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성시경의 <두 사람>의 가을버전 같은 느낌의 이 곡은

듣다가 잠시 다른 일을 하고 있어도 계속 들리는듯한 착각을 하게 한다.

3월말, 아직은 쌀쌀한 바람이 부는 날씨가 꼭 가을날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노래 앞부분을 듣다가,

시내버스를 타고 이어폰으로 노래를 들으며 창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감상하는 상상을 해봤는데

실제로 가사에 버스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

이 곡을 만든 이규호씨와 나는 아무 연관이 없지만 음악을 통해 교감을 이룬 셈이다.



90년대 음악을 들으면 유쾌했던 학창시절이 생각나고,

버스커 버스커의 음악은 따뜻했던 스페인이 떠오르듯이,

10년 뒤, 20년 뒤에 윤종신의 음악을 들으면 행복한 지금의 신혼생활이 생각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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