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책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zzun 2003. 1. 1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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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 앨봄 저
공경희 역
세종서적

- 기억에 남는 부분 -

"마음을 나눌 사람을 찾았나?"
그분이 물었다.
"지역 사회를 위해 뭔가 하고 있나?"
다시 나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마음은 평화로운가?"
나는 점점 얼굴이 빨개져갔다.
"최대한 인간답게 살려고 애쓰고 있나?"


-> 많은 꿈을 꾸게 된다는 대학.
졸업하고 나서 나는 지금 꿈꾸고 있는 것들을 얼마나 실천하고 있을까?
정말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하게 베풀 수 있는 온정.
행복한 삶, 인간다운 삶.
이러한 것들을 과연 그 때 갖고 있을런지... 걱정이 된다.

모리 선생님의 접근법은 완전히 반대였다.
수도꼭지를 틀어놓고 감정으로 세수를 한다. 그렇게 하면 마음이 상하지 않는다. 도움이 되면 도움이 됐지.
두려움이 안으로 들어오게 내버려두면, 그것을 늘 입는 셔츠처럼 입어버리면, 그러면 자신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좋아. 이건 그냥 두려움이야. 요놈이 날 좌지우지하게 내버려둘 필요는 없어. 요놈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보자구."
외로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감정을 풀어놓고 눈물을 흘리고 충분히 느껴라.


-> 내가 추구하는 방법을 책에서 만나서 반가웠다.
난 감정을 일부러 느끼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그래서 두려움이나, 외로움 같은 것도 아예 의식 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더이상 견딜 수 없을만큼의 감정이 엄습해오면,
그 감정에 흠뻑 취해서.. 흘려버리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
모리 교수의 방법 그대로... 그냥 그렇게 느끼고, 이해하고, 지나가게 내버려둔다.
정말 좋은 방법인것 같다.

"사실, 내 안에는 모든 나이가 다 있네. 난 3살이기도 하고, 5살이기도 하고, 37살이기도 하고, 50살이기도 해. 그 세월들을 다 거쳐왔으니까, 그때가 어떤지 알지. 어린애가 되는 것이 적절할 때는 어린애인 게 즐거워. 또 현명한 노인이 되는 것이 적절할 때는 현명한 어른인 것이 기쁘네. 어떤 나이든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라구! 지금 이 나이에 이르기까지 모든 나이가 다 내 안에 있어. 이해가 되나?"

-> 늙어간다는 것. 지금의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겠지만, 참 힘든 과정일 것 같다. 정말 내가 30대가 되었을 때, 20대 대학생들을 보고 부러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더 늙어 60대가 되었을 때, 열심히 일하고 활기차게 생활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모리 교수처럼, 모든 나이가 내 안에 있다고... 그렇게 믿을 수만 있다면, 정말 좋을텐데 ^^;

"내 말을 믿으라구. 죽어가고 있을 때는 사람은 모두 다 같다는 게 참말임을 알게 되네. 우리 모두 똑같이 시작하지, 출생으로. 그리고 똑같이 끝나네, 죽음으로. 그런데 뭐가 그렇게 다를 수 있다는 거야? 인류 대가족에 관심을 가지라구. 사람들에게 애정을 쏟게. 자네가 사랑하고 자네를 사랑하는 작은 공동체를 세우란 말일세."

-> 나에게 정말 부족한 부분이다.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작은 공동체'라는걸 만들 수 있을까? 전에는 별로 크게 와닿지 않았던 말인데, 지금은 많이 신경이 쓰인다.
나의 죽음이 임박했을 때, 정말 진심으로 슬퍼해서 나를 위해 눈물을 흘려줄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앞으로 그런 사람을 주변에 많이 만들어 놓아야겠다.

- 감상 -

요즘 여러가지 주제에 대해 생각해보고 있다. 그 중에 '죽음'이라는 주제도 좀 깊게 생각해보게 됐고, 이 책을 읽으면서 한결 정리하는게 쉬워졌다.

지금까지의 내 삶을 보면, 내가 하고 싶은 건 거의 하고 살았다.
물론,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가정이라 하지만 남들 하는건 다 했고,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은 내 능력으로 해결해왔다. 난 어디서나 최고가 되길 원했고, 또 많은 경우에 그걸 이룰 수 있었다. 남들이 나를 부러워 하는게 좋았다.
이렇게 탄탄대로를 달려온 길이 내 인생의 30% 정도 였다고 하면, 아직 그보다 훨씬 많은 기간이 남았다. 죽음이라는 어쩔 수 없는 운명까지 아직 수많은 세월이 남았다.

솔직히 말해 나는 죽는게 두렵다. 지금 코앞에 닥치지 않은 문제라 신경쓰지 않고 살지만, 정작 죽음이 다가오면 어떻게 해쳐나갈지 막막하다. 내가 아무리 내 자신의 능력을 믿는다 해도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하면 된다'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정말 impossible한 문제에 내가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에 대해 생각해야한다. 지금까지 거의 해본적 없는 일이다.

이 책은 여러 측면에서 죽음, 그리고 삶에 접근한다. 난 그 작은 주제 하나하나에서 나름대로 많이 느끼고, 지금까지의 나의 태도에 대해 후회도 하게 됐다. 어떻게보면 쌀쌀맞기까지한 나의 태도. 다른 사람들과 만날 때는 언제나 큰 벽을 사이에 두고 얘기하고, 나를 꽁꽁 감추는데 바빴다. 이랬던게 많이 후회됐다.

작은 실험을 해봤다. 이 책에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눈을 감고 의미를 되새겨보다가 갑자기 어떤 생각이 들어, 여러명에게 각각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을 문자로 보냈다. 난 과연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을 주변에 두고 있는가..가 궁금해져서..
30분동안 아무 답장도 안왔다. 난 적잖이 실망하게 되었다. 다행히 그 때부터 답장이 오기 시작해서 모두들 나에게 답장을 해주었다. 반가운 인사말들과 함께... 평소에 내가 왜 이들에게 연락하지 않고 살았던지.. 후회가 됐다.

대학생활도 이제 몇년 남지 않았다. 그리고 곧 사회 생활을 시작하겠지... 그 때, 이 대학생활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살아야겠다.

그리고 죽을 때가 되어서 나의 평생을 후회하지 않으려면, 작은 것 하나에도 내 마음을 주면서 살아야 할 것 같다. 그들의 작은 마음이라도 받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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