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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45

I'm in London.

사람들이 얘기하는 탬즈강의 매력을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세인트폴성당과 테이트모던, 템즈강을 사이에 둔 두 건물에 올라 서로를 바라보면서 느낀 감정이 묘하게 매치된다. 지금 내가 있는 이 곳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긴 세월에 걸쳐 템즈강을 바라봐왔을 것이다. 그리고 템즈강은 그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흐르고 있었을 것이다. 역사는 런던의 많은 풍경을 바꾸어 놓았지만 템즈강은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나를 흥분케 한다. 내가 앞으로 이 곳을 얼마나 그리워할지 생각하면 슬프지만 그보다 이 순간의 감격이 훨씬 더 크기에 견딜 수 있다. 오히려 내가 아는모든 사람을 지금 여기로 데려 오고싶은 마음이다. 8시가 되어 또 종소리가 울린다. 해가 지지 않는 곳이지만 여전히 하늘은 구름만 가득하고 해..

여행 2010.08.22

북큐슈 여행기 - 11 : 나가사키(2)

이제는 이 여행기를 완성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1년이 다 되어가는 사진들을 꺼내어 보니 신기하고, 내가 저기를 갔던가 싶기도 하다. 나가사키 시내를 다니는 전차가 3개 노선이 있는데 나가사키역에서 북쪽의 마츠야마마치(松山町)로 가려면 3호선을 타면 된다. 구마모토에 이어 두 번째로 타는 전차. 역시나 올드한 느낌이라 좋다. Google Maps 내부는 버스와 유사하며 구마모토의 전차와 거의 같은 구조였다. 서 있는 사람은 가운데보다 주로 양끝에 서는 편이고, 하차는 정차벨을 누르고 나서 전차가 완전히 멈춰 선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내린다. 차가 서기도 전에 먼저 일어나는 사람은 한국 사람 ㅋㅋ 내가 내렸던 역이 마츠야마마치역이었구나. 때로는 펜을 꺼내서 메모하는 것보다 셔터를 누르는 게 더..

여행 2010.07.14

북큐슈 여행기 - 10 : 나가사키

여행 나흘째 아침이 밝았다. 3일간 너무 열심히 돌아다녔다는 핑계로 조금 느지막히 일어났더니 벌써 해가 중천이다. 나보다 일정이 하루 짧은 친구는 이날 배를 타고 부산으로 돌아가기로 되어 있었고, 나는 나가사키를 다녀오는 일정을 계획했다. (원래는 나가사키에서 1박을 할 계획이었지만 무슨 일인지 모든 숙소가 예약불가였다.) 모처럼 늦잠도 자고 여유로운 아침을 보내고 나서, 이제는 내 집같이 편안한 하카타역으로 나갔다. 철도 승무원이나 역무원처럼 보이는 아저씨가 가방을 메고 역에서 나오는걸 보니 퇴근하시는 듯. 우리보다 일찍 고령화 사회가 된 일본은 어딜 가나 서비스업에 종사하시는 친절한 노인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일단 하카타역을 지나 요도바시 카메라를 들렀다. 사진과 동영상으로 추가메모리까지 다 써버..

여행 2010.06.20

북큐슈 여행기 - 9 : 벳부

유후인에서 오이타를 거쳐 벳부로 왔다. 가져온 여행책과 안내소, 버스정류장을 참고하여 8개의 지옥을 순례할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피곤한 몸을 녹여줄 온천을 기대하면서 일단 배부터 채우기로 했다. 교통편을 확인하고 다시 역사로 들어와 간단하게 저녁을 먹었다. 배가 많이 고파서 카레돈까스를 주문했더니 정말 카레와 돈까스와 밥만 나왔다. 하지만 오랜만에 먹는 일본식 카레라 맛이 좋았기 때문에 용서해 주었다. 드디어 첫번째 우미지고쿠(海地獄)에 도착했...는데 사람이 없고, 문이 닫혀있다? 그렇다. 벳부의 지옥순례 코스는 오후 5시까지만 관람이 가능한 것이었다. 책에서 그렇게 읽고서는 벳부->유후인 코스로 일정을 정했다가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열차편을 알아보면서 유후인->벳부 코스의 시간대가 더 편해서 바꾸..

여행 2010.05.17

북큐슈 여행기 - 8 : 유후인(2)

유후인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유후인 오르골의 숲(오르고루노모리)이라는 가게는 온갖 오르골들을 모아 놓은 가게다. 사실 오르골에 그리 취미가 있거나 한 건 아니어서 구입하진 않았지만 맑은 소리들을 듣고 있으니 마음이 안정이 되는 것 같았다. 동행했던 친구는 평소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오르골 소리를 좋아한다고 하나 구입했는데, 정작 고른 곡은 Rock(GReeeen - キセキ 맞나?)이었다; 많은 가게들을 지나 깊숙히 들어가면 킨린코(金鱗湖)라는 작지 않은 호수가 있다. 입구 간판이나 안내문은 허름하지만 경치만큼은 정말 예쁘다. 사실 이 호수도 약간 여성 취향(?)이긴 하지. 아무튼 물이 매우 맑아서 뒷 배경의 산과 나무들이 호수에 비친 모습이 마치 밥아저씨가 "참 쉽죠~" 하면서 그린 그..

여행 2010.05.06

북큐슈 여행기 - 7 : 유후인

셋째 날 아침도 어김없이 하카타강을 건너면서 시작했다. 숙소가 강변에 있었던 덕분에 바다향기가 나는 하카타강의 강바람을 맘껏 맞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날은 좀 흐렸지만 유후인/벳부 일정을 위해 기차를 타러 아침 7시쯤 숙소를 나섰다. 하지만 힘찬 출발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고 우리는 다시 기차 안에서 골아떨어졌다. 문득 잠을 깨보니 어느새 도시를 벗어나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고 있는 유후 디럭스(Yufu Deluxe). 이 기차는 맨 앞 자리가 명당이다. 한참을 달려 유후인에 도착했다. 우리가 탔던 열차 뒤로 한적한 산골의 풍경이 보인다. 전날 갔던 아소와는 또 다른 느낌에 왠지 모르게 설레였다. 표지판에 나와있듯이 유후인의 위치는 하카타와 오이타의 중간인데 오이타에 더 가까운 편이다. 꽤 유명한 관광지라서..

여행 2010.02.23

북큐슈 여행기 - 6 : 우치노마키

조지아로 힘내시고(?) 아소산을 내려가는 버스에 올랐다. 산을 내려가려는데 문득, 내가 언제쯤 이 곳에 다시 올 수 있을까. 그 때의 나는 지금의 나를 얼마나 기억하고 있을까. 이런 쓸데없는 생각들이 떠올랐다. 생각해보면... 사진 찍는 것도,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도 모두 '지금의 나'를 훗날 기억하기 위해 시작한 취미였다. 내려오는 버스는 아소역이 종점이 아니다. 아소역을 지나 우치노마키라는 시골마을까지 운행하는 버스였는데 2-3시간 여유가 있었던 우리는 뭐하는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무작정 그 곳에 가보기로 했다. 가는 길에 '우치노마키온천'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일본어가 유창한 친구가 버스기사 아저씨에게 도움을 청했다. 유명한 온천으로 가는 약도까지 그려주는 친절한 아저씨. 막차시간까지 확인하고..

여행 2009.12.07

북큐슈 여행기 - 5 : 아소산

버스를 타고 30여분이 지나니 아소산 서쪽역에 도착했다. 차를 타고 관광을 오는 현지인들이 많았는데 이 곳에 주차를 하고 로프웨이(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게 되어 있었다. 일부 차량은 정상까지 그냥 올라기도 하고. 산은 높은데 나무가 별로 없는 것이 역시 한라산과 비슷한 느낌. 아소역도 그랬지만 생각보다(?) 건물이 낡고 구식이었다. 이 곳에서 로프웨이 왕복티켓을 구입하고 출발시간을 기다렸다. 일본 관광지의 케이블카는 항상 안내원이 같이 타서 올라가는 동안 그 곳에 대해 설명을 해준다. 안내원의 방송이 끝나자 녹음된 한국어 안내방송도 나왔는데 아소산에 대한 그냥 일반적인 내용이었다. 그날의 공기 상태(공기중에 화산재가 어느 정도 있나)를 측정해서 경보등급을 결정하는데 화산재가 많이 떠있는 날은 정상 출입..

여행 2009.11.29

북큐슈 여행기 - 4 : 아소산으로 가는 길

'아~ 덥다'를 연발하며 구마모토 성을 내려왔다. 육교 위에서 보니 더욱 신기했던 구마모토의 전차. 저 아주머니가 서 계신 곳이 정류장이다. 너무 더워서 기운 빠진 채로 전차를 기다리는 나; 여행을 가면 지도와 이정표를 보면서 대중교통을 타고 다닐 때가 참 재밌더라. 특히 우리나라에 없는 교통수단이라면 더 그렇고. 전차 내부는 이렇게 생겼다. 일본 버스처럼 뒤로 타고 앞으로 내리는 시스템이고 나무로 된 바닥이 인상적이다. 정류장에 멈추기 전에 일어나는 사람은 성질 급한 한국사람들뿐; 더워서 콜라 한 캔하고.. 규동으로 늦은 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다음 목적지인 아소산을 가기 위해 열차를 기다렸다. 후쿠오카에서 구마모토까지 타고 왔던 츠바메 열차. 구마모토에서 아소까지는 또 다른 이름의 열차를 타..

여행 2009.11.15

북큐슈 여행기 - 3 : 후쿠오카의 밤, 구마모토의 아침

날도 어둑해지고 출출해져서 일단 뭔가 먹기로 했다. 잘 보이지 않는 지도를 보면서 겨우 찾아간 곳은 '곤베이 야카타'. 닭껍질꼬치구이(?)와 아사히 맥주를 마셨는데 저녁으로는 조금 부족했다. 분위기는 마음에 들었지만.. 여행객이 찾는 맛집이라기 보단, 하루 일을 마치고 가볍게 맥주 한 잔 하기에 어울리는 곳인 듯. 텐진을 벗어나 나카스로 향했다. 역시 강을 끼고 있는 도시는 대체로 야경이 아름답다. 내가 넋을 잃고 한참을 보고 있으니.. 친구가 지겨워 하더라; 나카스에는 나카스강을 따라 길게 포장마차가 줄지어 있고 주변 건물들도 거의 주점이다. 일종의 유흥가인 셈인데, 강을 배경으로 있어서인지 별로 문란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나카스강의 다리 위에서 악기를 들고 노래를 부르면서 돈을 받는(!) 여자. 사..

여행 2009.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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