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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 Paul's Cathedral

여행2012.06.28 22:30

모처럼 여유로운 저녁을 맞이한 김에 기억을 더듬어 2년 전 여행기를 이어가고자 한다. 힘들겠지만.

런던에서의 첫 날은 내셔널 갤러리를 보고, 피카딜리 서커스 인근을 방황하다가 런던 아이를 타는 것으로 무사히 마무리했다.


숙소로 돌아와서 마음에 들었던 그림 엽서를 모던한 액자에 꽂아보고선 흡족해서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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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에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 두 그림의 공통점이 있다.

여러 사람의 보는 가운데 주인공이 심판받고 있다는 것.

심리검사 중에 그림을 그려서 그 사람의 내면을 분석하는 원리처럼,

나의 그림 취향도 무의식중에 누군가로부터 평가받기를 좋아하는 내 성격이 반영된 것 같다.

 

성격적 장점인 동시에 단점인데,

늘 주변인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 원해서 자신보다는 그들을 위해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곤 한다.

단점인 부분은 조금 자제하고 장점을 발전시켜 나가도록 노력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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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사람들은 밥을 이렇게 먹는구나' 라고 처음 느끼게 해주었던 호텔 조식.

첫 날은 긴장해서 조금밖에 못먹었지만 둘째날부터는 용서가 없었다.

베이컨, 스크램블, 소시지, 버섯, 구운 토마토, 크로아상, 샐러드, 신선한 과일까지 정말 배터지게 먹고,

사과 하나 손에 들고 당당히 나왔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와 오렌지주스(말그래도 리얼 오렌지 100%)를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더 좋았다.

 

그리고 기대했던 바와 같이 너무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의 호텔이라

비록 혼자 먹었지만 너무 즐겁고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매일 아침 출근길 우유 한 잔이 전부였는데,

이렇게 멋진 곳에서 요상한(?) 아침식사를 하고 있자니 입가에 미소가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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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으면서 고민을 정리한 끝에 새로운 이벤트를 추가하기로 했다.

바로 축구경기 추가 관람!!

유럽의 많은 나라 중에 굳이 영국에 온 것은 맨유의 박지성을 보기 위함이었지만,

막상 하루를 여행하고 나니 한 경기만 보고 가기가 너무 아쉬운 것이었다.

 

'내가 또 영국에 와서 프리미어리그를 관람할 날이 있을까?'

 

고민은 짧았고 선택은 편했다.

일단 무작정 오늘 아스날 경기가 열리는 Emirates Stadium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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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날은 엄청난 빅 클럽이지만 북런던의 풍경은 정말 소박했다.

서울에도 '여기가 서울 맞나' 싶은 곳이 있는 것처럼 아스날 인근의 북런던도 그랬다.

낮은 건물들과 한적한 도로, 드물게 보이는 상점들.

그런 소박한 풍경 사이로 생뚱맞게 위치한 꽃 장식.

 

그리고 드디어 도착한 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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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상암구장도 가봤었기 때문에 규모에 놀라지는 않았는데,

막상 내 눈앞에 매주 TV로 보던 장소가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믿기지 않았다. (진부하지만 정확한 표현이다)

아직 오전이라 전반적으로 한산했고, 천천히 경기장 구석구석을 구경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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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주변을 한 바퀴 돌고 기념품샵으로 들어갔는데 너무 많은 물건 중에 뭘 살지가 고민이었다.

이 때는 박주영 선수가 이적하기 전이라 유니폼도 별로였고...

모자나 티셔츠는 입고 다니기가 좀 부끄러울 것 같고...

그러다 찾은 요 녀석!

내 차 옆자리에 앉혀두면 어울리겠다는 생각에 냉큼 집었다.

2년이 지난 지금은 앞자리는 양보하고 뒷자리에 앉아있다.

 

사진에는 잘 안보이지만 입고 있는게 후드티라 뒤에 모자도 귀엽게 달려있다.

내 차에 타면 그 모자 씌워보는 사람 꼭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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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선수들의 위용...

아스날 팬은 아니지만 정말 쩔었다 멋있었다.

아스날이 이 경기장을 짓느라 빚더미에 앉고 빅네임 영입도 한동안 못했지만

경기장을 직접 가보니 그만한 가치가 있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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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침내, 아침부터 일찍 방문한 목적을 달성했다.

사실 약팀과의 경기고 대충 싼 뒷자리로 볼려고 간건데... 표가 없었다.

시즌권 구매한 사람이 그날 티켓만 재판매 되도록 내놓은 자리였는데,

생각보다 훨씬 비싼 금액에 망설였지만 여기까지 와서 그냥 돌아서기는 너무 아쉬워서 결제해버렸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본격적으로 오늘 일정을 시작하기로 했다.

원래는 캠브릿지로 가볼까 했는데 하늘도 꾸물꾸물하고 기차여행을 할 기분이 아니라 과감히 축구로 일정을 바꿨고,

런던에 오면 꼭 가보고 싶었던 세인트폴 대성당과 테이트 모던을 중간에 끼워넣어서 일정을 (5분만에) 완성했다.

 

내가 처음 가보는 도시에서 가능하면 꼭 가보려 하는 세 곳은 성당, 대학교, 그 도시에서 가장 높은 곳인데,

전날 런던아이를 탔으니 이제 성당을 가 볼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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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성당이라는 세인트폴 대성당. (첫번째는 로마의 성베드로 대성당, 세번째는 세비야 대성당)

모태신앙까지는 아니지만 어쨌든 어릴때부터 가톨릭의 영향 아래서 자랐던 탓인지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성당은 꼭 한 번씩 가보게 된다.

그동안 서울과 대구 등 우리나라 각지의 성당들과 일본의 성당 몇 군데를 가봤었는데,

드디어 처음으로 마주했던 가톨릭 본고장(?)의 대성당이었다.

그 규모와 웅장함은 비교조차 할 수 없을만큼 거대했다.

 

물론 종교시설로서도 의미가 깊지만, 건축물로서도 깊은 감명을 주었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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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내부를 구석구석 둘러보며 경건한 마음을 즐기고 난 후 내 관심을 끈 것은,

돔 구조의 성당 꼭대기로 올라갈 수 있는 돌계단이었다.

 

돌계단을 인내심을 갖고 한참 올라가다보면 성당의 꼭대기가 드디어 등장하기는 커녕 2층의 원형 복도가 나온다.

그 복도에서 다시 또 한참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가야 정상에 도착하는데, 생각보다는 조금 초라하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이 성당은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넓은 옥상이 있는 구조는 당연히 아닐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잔뜩 흐린 런던 시내를 동서남북 모든 방향으로 둘러 볼 수 있다는 것.


 

 

밀레니엄 브릿지와 테이트 모던, 그리고 우중충한 템즈강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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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더워서 모자를 벗었더니 머리가 엉망이다.

+ 서양사람들은 참 사진 못찍는다.

+ 나 그렇게 돈 밝히는 사람 아니다.

 

 

바람이 너무 시원해서 해가 질 때까지 이 곳에서 템즈강을 바라보고 있고픈 마음이었다.

바쁘게 많은 곳을 돌아보는 여행도 물론 좋지만,

이렇게 '사랑하는 곳'을 만들어 오는 여행이 더 뜻깊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템즈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세인트폴 대성당과 테이트 모던.

내가 런던에서 만들어 온 '사랑하는 곳'이다.

특히 테이트 모던 내부의 어느 카페 테라스...

 

하지만 테이트 모던을 방문하기엔 축구 경기시간이 임박해오고 있었다.

역사 여행은 잠시 pause 걸어 놓고, 축구 한 게임 보고 오기로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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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나고보니 큰 계기가 되었던 순간들이 있다. 12살 때 아버지가 처음 컴퓨터를 사 오셨던 날, 10년 전 처음으로 똑딱이 카메라를 샀던 날, 군대에서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을 읽었던 날, 그리고 2년 전 어느 여름날 소나기를 맞으며 오모리찌개를 먹으러 갔던 날까지. 별 생각 없이 했던 행동들이 모여서 결국 전혀 다른 인생이 되곤 한다. 런던 시내를 돌아다니던 2010년에는 미처 몰랐었는데 이제와서 보니 유럽을 다녀오고 나서 내 사진이 조금 달라진 것 같다. '사진'이란 결국 시각의 예술인데 확실히 낯선 문화를 직접 눈으로 보고 와서 내 시야가 넓어진 느낌이 든다. 시야가 넓어야 더 다양한 프레임을 볼 수 있고 그만큼 사진도 더 잘 찍을 수 있는거니까. 구석구석 걷고 또 걸으면서 무작정 셔터를 눌러대던 순간들이.. 몇 년이 지나서 '바로 그 순간'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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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은 내가 먹고 사는 밑바탕이 된다는 점에서는 잘 지켜나가야 하겠지만, 그 반경이 좁으면 결국 좁은 세상에 갇혀 발버둥치며 사는 것 밖에는 안된다. 당장 내일 아침에도 6시에 일어나 똑같은 출근길을 달려가야겠지만, 그 안에서도 어제와 다른 오늘의 세상을 발견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내가 혼자 여행을 다니면서 가져온 것은 수 백장의 사진들과 그 사진 안의 수 많은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그 순간에 그 곳에 함께 있었던 나 자신에 대한 기억이다. 그 날 내가 무슨 옷을 입었었는지 어떤 모습을 하고 어떤 표정을 지었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누군가의 '런던 여행 기념사진' 구석쯤에 그 날의 내 모습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 상상만으로도 마치 끝없이 펼쳐진 평원 한 가운데 서있는 듯한 자유로움이 느껴진다면 과장일까. 2년 전 사진을 다시 살펴보는 지금도 마음 한 켠이 시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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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낯선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서였는지 익숙한 동양 음식점을 찾다가 회전초밥집으로 들어갔다. 초밥과 우동, 아사히 맥주까지 시원하게 들이키고 나와서 기념사진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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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인사동 쌈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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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가 방앗간을 들르는 심정으로 The Photographers' Gallery를 찾았다. 내가 봤던 전시는 조금은 난해한 사진들이어서 크게 기억에 남아있지는 않다. 거창한 이름에 비해 협소한 공간에 조금 놀랐지만 새 건물을 짓는 중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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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가 방앗간을 들르는 심정으로 스타벅스를 찾았다. 옷 구경 하는 사이에 해가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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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하는 세 번째 여행이지만 첫 날 저녁은 여전히 외롭다. 아직 온전히 여행모드로 돌입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회전초밥을 먹었다는 것이 그 증거다. 지겨운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것을 경험하기 위해 머나먼 곳으로 왔지만, 주변 사람들은 이 곳이 그들의 일상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묘한 괴리감이 느껴진다. 둘째날부터는 적응돼서 괜찮지만, 첫 날 저녁은 그런 낯설음과 설레임에 몸부림치다 결국 숙소로 들어가기를 거부하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이 날도 역시 밤 늦게 런던 아이를 타러 가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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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을 부린 보람이 있었다. 눈물 날 정도로 아름다운 런던의 야경을 실컷 감상할 수 있었으니까. 저 때는 이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으로 담기 위해 참 셔터를 많이도 눌렀는데 지금이라면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1분 1초라도 더 눈에 담는게 훨씬 더 좋다. 물론 함께 감탄할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두 말할 나위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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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피곤하다는 이유로 숙소에 일찍 들어갔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아버지가 컴퓨터 대신 축구공을 사왔더라면, 10년 전에 카메라가 아니라 기타를 샀었더라면, 2년 전 소나기를 피해 구내식당을 갔었더라면 내 인생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물론 인생에 만약이란 없다. 하지만 그런 순간 순간의 선택들로 인해 지금 나는 적성에 맞는 컴퓨터 일을 하고, 너무 좋아하는 사진을 취미로 찍으며, 2년 전 우연히 만난 한 여자와 사랑에 빠져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시간 전에도 나는 이 글을 쓸지 일찍 잠자리에 들지 고민했었지만 결국 이렇게 글을 쓰고 있으며 이 시간이 너무 행복하다. 내일부터는 또 다른 선택의 순간들이 닥쳐오겠지만 어느 쪽을 선택하든 내 인생을 더 흥미롭게 만들 것이라는 사실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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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KON D90 | Manual | 1/1000sec | F/3.5 | 0.00 EV | 18.0mm | ISO-200 | 2010:08:19 12:12:29



달려든 새떼를 피해 버킹엄 궁으로 갔다.
정해진 시간에 근위병 교대식이 있다고 해서 갔는데 어쩐 일인지 철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다른 여행객들도 기다리는 것 같아서 나도 사진 찍으면서 앉아있었는데 영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요즘 같은 시대에 근위병 교대식이 궁금하면 유튜브에서 5초 만에 볼 수 있겠지만..
막상 여행지에서의 마음은 그렇지 않았나보다.
내가 또 언제 런던에 올 수 있을까... 하는 그런 마음?
아쉬운 마음에 근위병을 계속 째려봤지만 정말 미동도 하지 않더라.


NIKON D90 | Manual | 1/1600sec | F/3.5 | 0.00 EV | 18.0mm | ISO-200 | 2010:08:19 12:17:31


철문이 굳게 닫힌 비컹엄 바로 앞 광장에는 근엄한 표정의 빅토리아 여왕 동상이 우뚝 서 있다.
영국의 20세기 중 거의 대부분을 통치한 그녀는 오늘날 '잘사는 영국'을 만든 왕으로서 추앙받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동상 곁에는 그녀의 국민들보다 인증샷을 남기는 여행객들이 훨씬 많아 보였다.
저렇게 편한 자세로 노숙(?)하는 분도 계시고...


NIKON D90 | Manual | 1/800sec | F/4.5 | 0.00 EV | 70.0mm | ISO-200 | 2010:08:19 12:19:12



첫 유럽여행이라 많이 기대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사진이다.
브레송을 비롯한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사진을 보면 고풍스러운 느낌의 건물이 무척이나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좋은 배경이 좋은 사진을 만든다는 건 맞지만
'좋은 표정'을 가진 사람이 훨씬 더 예쁜 사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걸 이번 여행을 통해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원하는 구도의 사진을 위해서는 용기가 더 필요할 것 같다.
모르는 사람 가까이 카메라를 들이대는 건 아직 너무 어렵다;


NIKON D90 | Manual | 1/2000sec | F/3.5 | 0.00 EV | 18.0mm | ISO-200 | 2010:08:19 12:30:22



이 사진도 벌써 2년 전이구나;
날은 많이 흐렸는데.. 잘생기지 않은 얼굴을 커버하기 위해 선글라스는 벗지 않았다.


NIKON D90 | Manual | 1/200sec | F/4.5 | 0.00 EV | 70.0mm | ISO-200 | 2010:08:19 12:39:59



한 여름에 보기만해도 땀이 날 것 같은 털모자를 쓰고 궁을 지키는 근위병 두 명.
정해진 시간이 되면 발을 맞춰가며 앞뒤로 몇 번 왕복하고선 다시 원위치한다.
그런데 원위치하고 나서 봤더니 땀을 비오듯이 흘리고 있더라.
발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걸 보니 그냥 아르바이트인 것 같은데.. 어쩐지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찾아보니 영상 찍어놓은 게 있어서 같이 올린다.





세인트 제임스 파크와 버킹엄을 에피타이저로 감상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런던의 메인코스를 돌 차례다.
그래서 드디어 도착한 트라팔가 스퀘어!!
내셔널 갤러리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그토록 갈망했던 유럽의 미술관!


NIKON D90 | Manual | 1/2500sec | F/3.5 | 0.00 EV | 18.0mm | ISO-200 | 2010:08:19 13:03:22



사실 여행을 떠나기 전만 해도 역사적인 건물, 고풍스러운 시가지, 아름다운 야경 정도가 주 관심사였는데
돌아와서 보니 미술관만 잔뜩 돌아보고 온 여행이 돼버렸다.
수 백, 수 천 점의 미술품을 감상하고 지금 기억에 남는 건 몇 장 안되겠지만
그래도 그 순간만큼은 너무나 행복했다.

'내가 지금 영국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 한 가운데서
Christ before the High Priest 라는 작품 앞에 앉아 15분째 같은 그림만 보고 있다' 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정말 무한한 행복감을 느꼈었다.


NIKON D90 | Aperture priority | 1/10sec | F/3.5 | 0.00 EV | 22.0mm | ISO-200 | 2010:08:19 13:28:24



내가 태어나 자란 곳과 이렇게도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나 혼자,
이렇게 낯선 사람들과 부대끼며 낯선 도시를 탐험한다는 것.
혼자 여행을 떠나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절대 알지 못할 감정이다.

참고로 내셔널 갤러리 안에서 사진촬영은 금지다(2년 전에 죄송했습니다;).


NIKON D90 | Manual | 1/1000sec | F/3.5 | 0.00 EV | 18.0mm | ISO-200 | 2010:08:19 15:31:41



중세 미술품을 잔뜩 보고 나와서 감격한 모습(?)의 셀카.
...


- 2010. 08. 20. London, UK -



다음편은 피카딜리부터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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