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리뷰/책 41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와타야 리사 지음 정유리 옮김 황매 펴냄 지극히 일본 향기가 잔뜩 묻어나는 소설이랄까. 일본에 가본 적은 없지만..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이나 티비프로나 소설 같은 걸로 접한 일본의 전형적인 중고생들의 모습이 예쁘장하게 그려져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읽기에 크게 거부감이 있는건 아니다. '등짝을 발로 차는 행위'를 이해하는데 조금 오래 걸렸지만 그래도 전반적인 분위기나 주인공들의 대화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내가 읽어본 일본 여류 소설 작가는 이번이 두번째. 처음 읽었던 바나나의 소설과는 조금 다른.. 어린 소녀 작가 다운 신선함이 좋았다. 두 주인공의 캐릭터는 내가 접한 일본 문화 속에서 자주 보였던 조금 식상한 캐릭터였지만 그래도 그걸 그려내는 작가의 문체가 좋았다. 문학상 받을만한..

리뷰/책 2004.08.23

연금술사

물론 아직 늦진 않았지만 조금 더 어린 나이에 이런 고민들을 했어야 했었다. 산티아고처럼 적절한 시기에 조언자를 만나는 행운은 모두에게 주어지지는 않는것 같다. 먼저 여행을 시작하는 것에 대해. 내가 양을 수백마리를 갖고 있고 현실에 만족하며 살고 있다고 해도 내 마음이 원하는 것이 양치기가 아니라면 난 언제나 등에 짐을 지고 사는 것 같을거다. 가진 것을 버리고 꿈을 쫓아 사는 사람들은 주변에 많지만 내가 그들만큼 용기있는 인간이 될 수 있을까는 좀 의심스럽다. 결국 그렇게 되게 되어 있다는 '마크툽'이라는 말처럼 사는 동안 여러 표지들에 의해 나는 꿈을 쫓을 기회를 얻겠지만 그걸 시작하는건 나의 결정이다.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고 아직 양만 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보물에 대해서. 누구에게나 주어진..

리뷰/책 2004.08.10

향수

파트리크 쥐스킨트 저 강명순 역 열린책들 사실 반쯤 읽다가 쉬었다가 다시 읽었는데.. 조금 후회가 된다. 처음부터 읽어가기 시작해서 그대로 클라이막스까지 읽었더라면 더 좋았을뻔 했다. 아무튼 앞쪽의 서론에 해당하는 부분도 너무 재밌게 읽었다. 단순한 서론이 아니라 나름대로 주제가 있고 사건이 있고 인물이 있었다. 그러한 몇 가지의 이야기를 지나고 지나 연쇄 살인... 그리고 절정에 해당하는 사건 그리고 강렬하고 깔끔한 결말이 인상적이었다.

리뷰/책 2004.03.22

좀머 씨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저 유혜자 역 열린책들 당연히 '좀머'라는 사람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몇 페이지가 지나도록 좀머 씨는 코빼기도 안나와서 조금 안달이 날 즈음에 드디어 좀머 씨가 등장한다. 그만큼 이 책에서 좀머 씨는 뭔가 조금 떨어져있다. 화자의 이야기 중간에 화자가 관찰한 모습 그대로, 들은 바 그대로 아주 객관적인 방법으로 등장하고 표현된다. '두려움'이라는 어두운 소재를 얘기하면서도 전체적으론 밝은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마지막 좀머 씨의 죽음을 말하는 장면에서도 그렇다. 좀머 씨가 두려워한 것은 죽음이었는지 삶이었는지 확실치는 않다. 다만, 피아노 건반에 묻은 코딱지는 두려워하면서 죽음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를 보면 결국 인간의 두려움은 인간 자신이 만들어낸 것일 뿐이라는 ..

리뷰/책 2004.02.18

데미안

헤르만 헤세 저 전영애 역 민음사 세상엔 많은 생각할 것들이 있지만,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는 문제들은 별로 없다. 그런 깊은 생각을 요구하는 문제들에 있어서는 스스로의 관점도 중요하지만 자기보다 더 나은(?) 사람의 도움도 필요하다. 책의 화자 싱클레어는 막스 데미안이라는 개인적으로 절대적인 존재에 속박되어 가는듯 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랬다. 물론 사상적으로나 여러 면에서 그보다 더 높은 곳에 있는 것은 분명했지만 너무 그에게 의존하는 인생을 산 것 같다. 데미안, 그의 어머니 에바부인, 싱클레어, 그리고 이 책 전체에 나타나 있는 분위기를 보면 그게 곧 헤르만 헤세의 관점인 것을 금방 눈치챌 수 있다. 선도 악도 아닌 신, 껍질을 깨고 나오는 새로운 세계. 좀 더 높은 차원의 것을 갈망하고 ..

리뷰/책 2003.08.27

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저 김난주 역 민음사 - 기억에 남는 부분 - 나는 담요를 둘둘 말고, 오늘밤도 부엌 옆에서 자는게 우스워 웃었다. 그러나 외롭지는 않았다. 나는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지금까지의 일들과 앞으로의 일들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그런 잠자리만 바라고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옆에 사람이 있으면 외로움이 커지니까 안 된다. 하지만 부엌이 있고, 식물이 있고, 같은 지붕 아래 사람이 있고, 조용하고…… 최고다. 여긴 최고다. 나는 안심하고 잠들었다. -> 세상에 혼자 있다. 남에게 너무 의지해서는 안 된다. 적당히 외로울만큼 외롭고, 적당히 의지할만큼 의자하는 그런 생활... 부엌이 있고, 식물이 있고, 같은 지붕 아래 사람이 있고, 조용한.. 그런 곳이라면 나도 마음에 들 것 같다..

리뷰/책 2003.01.18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저 공경희 역 세종서적 - 기억에 남는 부분 - "마음을 나눌 사람을 찾았나?" 그분이 물었다. "지역 사회를 위해 뭔가 하고 있나?" 다시 나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마음은 평화로운가?" 나는 점점 얼굴이 빨개져갔다. "최대한 인간답게 살려고 애쓰고 있나?" -> 많은 꿈을 꾸게 된다는 대학. 졸업하고 나서 나는 지금 꿈꾸고 있는 것들을 얼마나 실천하고 있을까? 정말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하게 베풀 수 있는 온정. 행복한 삶, 인간다운 삶. 이러한 것들을 과연 그 때 갖고 있을런지... 걱정이 된다. 모리 선생님의 접근법은 완전히 반대였다. 수도꼭지를 틀어놓고 감정으로 세수를 한다. 그렇게 하면 마음이 상하지 않는다. 도움이 되면 도움이 됐지. 두려..

리뷰/책 2003.01.18

처절한 정원

미셸 깽 저 이인숙 역 문학세계사 - 기억에 남는 부분 - 1. 만약 누구든지, 어떤 고아라도 원하기만 한다면 당장 아버지를 주어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리고 나는 아버지와 한 침대에서 자고, 다정스러운 말을 건네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는 어머니를 증오했다. -> 어린 아이가, 아버지의 우스운 모습을 견디지 못하고 부끄러워 하는 것..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모든 자녀들 중에서, 이해하기 힘든 아버지의 행동들을 보고 그 심중을 헤아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2. 거기다가 그는 네 아버지를 오랜 친구 부르듯이 '여보게!'라고 하는 게 아니겠냐. 정말이지 놀라운 일이었어! -> 전쟁영화에 자주 나온다. 포로로 잡힌 적군에게 인간으로서 느끼는 연민의 감정. 그런것들에 서양 사람들은 깊게 감동하나보다...

리뷰/책 2003.01.18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