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나홀로 도쿄 여행기 - 4 : 신주쿠를 방황하다

zzun 2008. 10. 21.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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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웠던걸까? 낯선 곳에서의 첫 하루가.
갑자기 가족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 전화를 했다.
대화의 내용은 별 볼일 없는 것들이었지만
목소리만으로도 힘이 됐다.

만약에 내가 유학을 갔더라면
과연 혼자서 몇 년이나 생활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혼자 지내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문화가 다른 곳에서 살아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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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동영상 촬영이 되는 똑딱이 디카를 살까 고민하다가
최대한 경비를 아끼자는 생각에 포기했었는데
이 사람을 만난 순간 그 선택을 200% 후회했다.

신주쿠 어딘가에서 마이크와 작은 스피커만으로
반주도 없이 노래를 부르던 어느 여자분.
물론 제목도 모르고 지금은 그 노래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 오묘한 느낌만은 아직도 생생하다.


많이 다르지만 아야카(絢香) 앨범의 이 노래와 비슷한 분위기였다.

노래가 끝났을 때 나를 포함해서 발걸음을 멈춘 많은 사람들의 박수를 받았다.
물론 3천엔 정도 하는 어떤 물건을 팔기 위한 공연이었지만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건 아마도,
'나는 노래하는 사람입니다'라고 호소하는 듯한 그녀의 목소리 때문이었던 것 같다.

노래를 한 두 곡 더 할 수도 있을 것 같았지만 그냥 그 자리를 떠났다.
팔려고 내놓은 물건들을 주섬주섬 챙기는 그녀의 모습이
이번 여행의 첫 추억을 가려버리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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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도착한 도쿄도청!!
모든 여행책에 필수코스로 등록되어 있는 곳이기에 많이 기대했었는데
근처가 모두 빌딩가인데다 평일 저녁이라 그런지 도청 주변은 바람만 불고 휑했다;;

그래도 좋았던 건 멋진 도쿄 야경을 공짜(!)로 볼 수 있었다는 것.
'죄송합니다. 사진 부탁합니다' 한 마디 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_-;
어려보이는 커플에게 부탁해서 겨우 한 장 찍었다.

사진이 생각만큼 잘 나오진 않았음;
(잘나온 도쿄 야경 사진은 이튿날 도쿄타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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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도청에서 꽤나 오래 있었던 것 같다.
내려오니 깊은 밤이 되어 있었고
오가는 차도, 사람도 눈에 띄게 줄었다.

오늘은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신주쿠만 돌아다니기로 정하고서는
다시 신주쿠역 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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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쿠역 부근의 사잔테레스(Southern Terrace)를 지나 계속 걸었다.
몇 시간 동안 걸었더니 앉아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커피샾 마다 가득찬 사람들을 보고 바로 포기해 버렸다.
크리스피크림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은 우리나라랑 별반 다르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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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잔테라스에서 시계탑 쪽으로 가다가 왼쪽으로 꺾으면 바로 타임스퀘어와 도큐한즈가 보인다.
도쿄에는 도큐한즈처럼 '잡화점' 개념의 가게가 많았고 물론 백화점도 많았다.
도큐한즈에 잠깐 들어갔었는데 문을 닫는다는 안내 방송을 듣고선 그냥 나왔다.
참, 한국어로도 방송이 나오는게 신기했다.

저 다리에서 우여곡절이 조금 있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사진 찍어달라고 부탁하다가
3번인가 거절당했다;;
어둑어둑한데서 갑자기 말을 거니까 그냥 잡상인이라고 생각했었나보다.
별일 아니지만.. 그래도 무시당하니까 기분이 좋진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도 낯선 사람을 이렇게 대했던가?' 하고 잠깐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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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도 깊었고 다리도 아프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하고 터벅터벅 다시 북쪽을 향해 걸어갔다.
여전회 왼쪽으로 다니는 차들이 적응 안됐지만
밤 10시의 신주쿠의 모습은 명동이나 강남의 모습과 너무나도 비슷했다.

그리고 그런 닮은꼴 속에서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어떤 낯설음 같은게 느껴졌다.
아마 첫 해외여행의 첫날밤이라는 개인적인 이유도 있었겠지만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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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부키쵸 근처까지 왔을 때 2층 창가에 자리가 있는 까페를 발견했다.
아직 10시 전이니까.. 잠깐 들렀다 가기로 하고 들어갔다.

어눌한 일본어를 쓰기 보단 일단 영어를 써서 내가 외국인이라는걸 각인시켜주는게
서로 커뮤니케이션 하는데 훨씬 도움이 된다는 걸 알았다.
물론 가게 점원도 영어가 짧았지만 서로 대화하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러면서 '세컨 플로어'라는 단어 대신에 '니카이' 같은 일본어를 섞어주니까
대화를 훨씬 부드럽게 진행할 수 있었다.
대화를 요약해보면...
'아이스티 달라' '스모킹?' '노 스모킹' '1층에 앉으세요' '2층은?' '2층은 스모킹' '괜찮다 2층으로 가겠다'

2층 창가에 앉아 뭇 여성들의 담배 연기를 함께 마시며-_-;
그날 하루를 정리했다.
수첩을 꺼내 놓고 한참동안이나 내 생각들을 적었다.
지금 읽어보면 약간 우울하고 어두운 느낌이 나는데
그때까지는 아직 쓸쓸하고 외로웠었나 보다.

숙소로 돌아와 바로 잤어야 했는데
TV를 보다가 새벽 2시쯤 잠이 들었다.
일본 쇼프로가 어찌나 재밌던지;;
9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잠이 들었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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